강남 재건축 단지 1억~2억씩 하락vs강남 분양시장 '로또청약' 수만 인파…강남 부동산 양극화, 가격조정 이어지나
올해 초부터 강남 집값 상승을 견인했던 주요 재건축 단지의 실거래가가 1억~2억원씩 빠지고 있다. 8·2 부동산 대책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규제 정책이 강남 부동산 불패 신화를 흔드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끝없이 오를 것처럼 보였던 강남 재건축 단지 아파트가 4월1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 시행을 앞두고 1억~2억원씩 떨어지고 있다. 개포주공1단지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관리처분인가가 나면 양도소득세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서둘러 집을 처분하다 보니 싼값에 거래됐다"고 설명했다. 개포주공1단지는 4월 초에 서울시 관리처분인가를 받을 예정인데 '세금 폭탄'을 피하려는 이들이 낮은 시세로 거래하고 있다는 얘기다.
잠실주공5단지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부담이 시세에 영향을 미친 사례다. 정부는 오는 5월부터 재초환 적용 단지들을 상대로 재건축부담금 통지에 나설 방침이다. 재건축 과정에서 1인당 평균 3000만원 이상의 이익을 얻으면 재초환 적용 대상이다. 정부는 일부 재건축 단지의 경우 최대 8억4000만원까지 부담금을 통지할 수도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업계에서는 지나친 공포감 조성을 우려하면서도 재건축시장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월15일 조사 당시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이 1.39%에 달했던 송파구는 지난 12일 조사 당시 0.06%로 급락했다. 서초구도 0.81%에서 0.03% 수준으로 낮아졌다. 강남구는 0.74%에서 0.13%로 떨어졌다. 강남 3구의 집값 상승 동력이 약화한 상황을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강남 집값이 지속적으로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조정기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거래가 급격히 늘어난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서울의 지난 1월 아파트 매매 실거래량을 중간 집계한 결과 1만2000건을 훌쩍 넘겼다. 지난해 1월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올해 1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량이 역대 최고치를 찍은 것은 다주택자들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
양도세 중과를 피하려는 다주택자들이 4월 이전에 집 처분을 서두르면서 실거래량이 크게 증가했다는 얘기다. 다주택자의 집 처분을 종용했던 정부의 노림수가 일정 부분 효과를 본 셈이다.
정부가 8·2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 관리에 성공하고 강남 집값까지 진정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부가 섣불리 승리의 샴페인을 터뜨리기 어려운 이유는 로또 분양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로또 아파트 논란의 진원지 역할을 하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모델하우스에는 4만3000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강남 집값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더라도 분양시장이 과열되면 시장이 다시 동요할 가능성도 있다. 변수는 분양권 전매 금지다. 정부는 지난해 6ㆍ19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의 분양권 전매를 입주 때까지 전면 금지했다.
당분간 강남 부동산시장은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과 분양시장의 흐름이 엇갈리는 양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 등 규제 수단이 강남 부동산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지만 강남의 '주거 메리트'는 여전히 투자자들을 견인하는 변수라는 얘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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