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 가치를 일깨워주다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누군가 마하트마 간디에게 급히 물었다. "세상에 주는 당신의 메시지가 무엇이오?" 간디가 답했다. "나의 삶이, 나의 메시지요." 이 짤막한 대답에는 삶을 대하는 그의 철학이 배어있다. 말로 장황하게 삶을 꾸며내지도 설명하지도 않겠다. 내가 살아온 발자취를 통해 본인의 가치관과 철학을 드러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운동가로서의 간디의 모습뿐 아니라 그가 어떤 철학과 가치관으로 삶을 살았는지 구체적인 사정을 우리는 모른다. 조금이나마 그가 가진 삶의 태도와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이 그래서 반갑다. '간디의 편지'는 1930년 예라브다 형무소에 수감됐을 때 쓴 에세이 열다섯 편을 묶은 책이다. '빵 굽는 타자기'의 작가 폴 오스터는 '작가란 글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는 운명'이라고 했다. 간디는 상상이 아닌 실제로 감옥에 갇혀 주옥같은 메시지를 길어 올렸다. 에세이 열여섯 편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삶과 행동의 일치다.
누구나 평화롭기를 바란다. 하지만 지금도 세계 곳곳에는 전쟁으로 고통받는 이재민이 무수하다. 입으로는 평화를 외치지만 국가들은 대치하고 지도자들은 전쟁을 방관하거나 소극적으로 동조한다. 이들에게 가하는 간디의 일침이 매섭다.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길이다." 평화로 가는 길을 찾을 궁리만 하지 말고 스스로 평화를 실천하라는 얘기다. 이 책은 힌두인들만을 위한 글은 아니다. 진실, 비폭력, 노동, 무소유, 과용, 겸손, 서약 등 그가 다루는 주제들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일상에서 목격하고 지켜내야 할 가치들이다. 이 글을 썼을 때 그의 나이는 61세였다. 나이가 들면 현실과 타협하고 삶의 원칙들이 느슨해질 법도 한데 편지들에서 그의 꼬장꼬장한 원칙주의자의 면모가 유감없이 드러난다. 자 이제 그의 음성을 따라가 보자.
모틸랄은 처음부터 재봉사였고 그 뒤에도 재봉사였다. 하지만 그의 정신이 바뀌자 그의 작업은 예배가 됐다. 그가 남들의 행복과 안녕을 생각하기 시작하자 그의 삶이 진정한 예술품이 됐다. 우리는 흔히 사회적 지위를 보고 상대를 재단한다. 사회적 지위에 처해 불의하기도 한다. 자신의 처지도 비관한다. 직업과 그 사람의 가치를 동일선상에 두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진실을 할 수 있는 만큼 따르겠다고 말하는 건 괜한 헛소리다. 사업가는 언제 얼마를 '할 수 있는 만큼' 지불하겠다는 어음에 눈길도 주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신도 '할 수 있는 만큼 진실을 따르겠다'는 약속어음 따위 받지 않을 것이다. "진실을 향한 무한한 헌신을 권하는 간디. 그의 언어들은 몸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정신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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