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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재선을 향한 트럼프의 숙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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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별 아시아경제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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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트럼프 정부의 탁월한 능력 중 하나가 뭔지 아느냐. 갑부 출신의 보수ㆍ기득권들을 불쌍하게 여길 수 있도록 만드는 점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전격 경질되자 한 미국인이 씁쓸하게 웃으며 전한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15개월 전인 2016년 12월로 돌아가 보자. 당시 차기 대통령으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을 이끌어 갈 장관들을 속속 지명했다. 2016년 12월13일에 초대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인물은 바로 석유 거물인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였다. 공직 경험이 전무한 데다 러시아와 친밀한 관계를 가진 인물인 만큼 반발이 거셌다. 1975년 엑손모빌에 입사해 2006년 CEO에 올랐고 오랜 기간 공화당 인사들과 밀접했지만 공직 경험은 없어 외교수장으로는 적격성이 없다는 논란이었다.

비슷한 시기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지명된 인물은 바로 게리 콘 골드만삭스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였다. 콘은 한 해 2200만달러의 수입을 올려온 월가의 대표적 고액 연봉자다. 콘 위원장 역시 공직 경험이 전무해 국정이 단기 수익성 위주로 운영될 수 있다며 비판을 받았다.

당시 금융ㆍ기업인 출신 초갑부(Gazillionaire)들이 내각을 구성하게 된다며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나는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을 원한다"며 "재능 있고 영리한 그들이 1년에 1달러를 벌기 위해 거액의 수입을 포기하며 미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내각을 구성할 것으로 믿는다"고 답했다. 백인 남성, 초갑부. 트럼프의 분신과 같은 인물들을 요직에 앉혔다. 비슷한 배경의 인물들이면 생각도 비슷할 것이란 구상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15개월 후 결국 해고당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트럼프의 정책에 반발했다. 자유무역주의자인 콘 위원장은 수입산 철강ㆍ알루미늄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반대하다 결국 사임했다. 틸러슨 국무장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뜻에 거스르다 경질됐다. 다음으로는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NSA),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경질 대상으로 꼽힌다. 모두 트럼프와의 불화설에 휘말려 있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트럼프의 신임을 받던 인물들이 대거 교체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내에서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향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팽배하다. 취임 첫 해에 본인과 비슷한 인물들을 기용했지만 정책적으로 사사건건 대통령에게 반박하는 인물들이 많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을 운영할 때처럼 본인이 마음대로 휘두를 수 없다는 점에 좌절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올해 대통령은 본인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곁에 둘 필요가 있다고 느낀 것으로 보인다. 집권 2년차 특히 재선의 발판을 마련할 중간선거가 있는 2018년 '숙청'이 시작된 것이다. 경질시키는 방식도 최대한 갑작스럽게, 모욕을 주는 방법을 택해 백악관 내에 긴장감을 주고 있다.

이미 2020년 재선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스릴러 영화 '숙청'은 예고편을 시작했다. 숙청 후 새롭게 꾸려질 트럼프 2기 내각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흘러갈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최근 주요 인사들의 경질 소식이 전해지자 사람들은 "트럼프를 위해 일하던 몇 안되는 정상적인 인물(One of the few sane people working for Trump)"이었다며 아쉬워했다. 입 바른 소리만 하는 사람들을 원하는 트럼프 곁에 올해 얼마나 정상적인(sane) 인물들이 이력서를 제출할 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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