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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데스노트’? 러 스파이 암살시도에 일촉즉발 영·러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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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소련서 개발, 한 번도 사용된 적 없는 신경작용제 '노비촉'으로 英망명 이중스파이 암살시도

오는 18일 대선을 앞두고 69%의 지지율을 얻으며 당선이 확실시 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그의 통치 이면엔 반체제인사와 정적들의 의문사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며 '배신하면 죽음'이란 메시지를 보내는 그의 행태를 비판하는 국제사회의 규탄이 이어지고 있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오는 18일 대선을 앞두고 69%의 지지율을 얻으며 당선이 확실시 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그의 통치 이면엔 반체제인사와 정적들의 의문사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며 '배신하면 죽음'이란 메시지를 보내는 그의 행태를 비판하는 국제사회의 규탄이 이어지고 있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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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 “나는 그에게 죽을까봐 두렵다”
오붓한 저녁 식사, 다정히 연인을 응시하던 남자가 갑자기 상기된 얼굴로 고백한다. 여자는 그를 애써 다독이며 “설마 죽이기야 하겠냐”고 그를 위로할 뿐. 대통령과 한때 정치적 동지였던 남자는 지금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적이자 유력 야권 지도자가 된 상황. 식사 후 여자친구와 광장 근처 한 다리 위를 걷던 그는 갑자기 멈춰선 차에서 괴한이 쏜 총탄 네 발을 맞고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2015년 2월 27일 사망한 러시아 반정부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의 이야기다.

지난 1일 러시아 국영 여론조사기관 프치옴은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을 69%라고 발표했다. 오는 18일 대통령 선거를 앞둔 러시아에서는 푸틴이 80% 안팎의 지지를 얻어 당선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그의 압도적 지지율 이면엔 사고사, 심장마비, 총격사로 자취를 감춘 정적과 반체제 인사의 죽음이 내려앉아 있다.

이중 스파이의 최후 ‘배신하면 죽는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12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이중스파이 스크리팔 부녀 테러사건 원인은 신경작용제 ‘노비촉(Novichok)’ 이며, 1980년대 러시아에서 개발된 물질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정부가 직접 이를 사용했거나,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게 관리에 소홀했을 가능성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스크리팔 부녀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 정부를 공식 지목한 것.

사건의 주인공인 세르게이 스크리팔은 러시아군 정보부 요원으로 유럽근무 중 1995년 영국 정보기관 MI6에 포섭돼 이중 스파이로 활동한 인물이다. 그는 2004년 영국에 러시아 정보기관 요원의 신상정보를 넘기던 중 정부에 발각, 징역 13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에 미국과 러시아 간 스파이 맞교환이 이뤄진 2010년에 풀려나 영국에 망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크리팔은 지난 4일(현지시간) 영국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 벤치에서 딸과 함께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으며, 이들 부녀는 쓰러지기 전 괴한의 공격을 받았다고 BBC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김정남 죽인 VX보다 8배 더 강한 ‘노비촉’의 비밀

메이 총리가 스크리팔 공격에 사용됐다고 발표한 ‘노비촉’은 어떤 물질일까?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소비에트 연방이 개발에 몰두했던 신경작용제 중 하나인 노비촉은 군사용으로 개발된 물질로 가스나 증기 대신 초미립자 분말에 분산되는 독특한 성질을 띤 물질로 밝혀졌다.

지난해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VX보다 5~8배 강한 것으로 알려진 노비촉은 인간의 피부나 호흡기를 통해 노출될 경우 30초에서 2분 안에 호흡곤란, 구토, 발작, 동공수축 등의 증상이 빠르게 나타나며 곧 사망에 이르게 된다고 BBC는 보도했다.

영국이 러시아를 이번 사건 배후로 규정한 근거로는 노비촉이 소련 시절 폴리안트(Foliant) 프로그램에 의해 개발된 물질인 점, 또 군사 무기용으로 개발됐으나 전장에선 단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는 점이 지목됐다.

2006년 11월 영국 런던에서 방사능 물질 폴로늄 210에 중독돼 숨지기 직전의 전 러시아 FSB 정보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의 모습.

2006년 11월 영국 런던에서 방사능 물질 폴로늄 210에 중독돼 숨지기 직전의 전 러시아 FSB 정보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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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는 숨기되, 경고는 확실히’ 방사능 홍차의 악몽

전직 FSB(러시아 연방보안국)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는 영국 망명 후 푸틴 정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대표적인 반정부 인사였다. 그는 2006년 옛 FSB 동료들과 만난 뒤 돌연 심각한 복부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고,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돼 입원 2주 만에 사망했다. 런던 경찰청은 그의 자택을 수사하던 중 찻잔에 남은 방사성 물질이 사망 전 그의 소변에서 검출된 것과 동일한 물질임을 발견했고 분석결과 방사능 물질은 폴로늄 210으로 밝혀졌다.

자연채취는 거의 불가능하며, 인공적으로 생성해도 연간 100g밖에 만들 수 없는 희귀 방사성 물질이 사망원인으로 밝혀지자 국제사회는 리트비넨코의 죽음 자체가 푸틴이 반체제인사와 영국 정부를 향해 보낸 경고 메시지임을 읽어내고 분개했다. 더욱 잔인한 것은 죽은 리트비넨코 체내로 흡수된 폴로늄 210은 지속해서 알파선을 뿜어내는 탓에 그는 조국으로부터 독살당하고도 밀봉된 관에 봉인돼 특수시설에 안치 중이며, 이를 관리하는 영국 정부 입장에서도 그의 죽음과 더불어 시신의 존재 자체가 위험을 띤 경고로 남아있는 점이다.

이에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사설에서 스크리팔 부녀 독살기도는 러시아 정부 소행으로 명명백백히 드러났으며, 영국이 속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미국이 이에 강력 대응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만약 이번 사건이 ‘반역자는 어디에서도 안전하지 않다’는 메시지라면 모든 국가가 푸틴에게 ‘그가 원하는 아무 곳에나 전쟁 무기를 배치할 수는 없을 것’이란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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