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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생화학 무기 될수 있는데"…보톡스 수사 6개월째 제자리

최종수정 2018.03.13 13:45 기사입력 2018.03.13 11:46

정부, '허위 신고' 바이오업체 칸젠 경찰 수사 의뢰질본-경찰 비용 놓고 티격태격
보툴리눔 독소, 일본 오움 진리교 테러 때 사용독성 물질이지만 '허가제' 아닌 '신고제' 허술




[단독][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정부가 보툴리눔 톡신(일명 보톡스) 개발 업체를 '허위 신고'로 고발한지 6개월이 지났지만 경찰수사가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고위험병원체 관리에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보툴리눔 독소는 '생화학 무기'로 사용될 정도로 독성이 강하지만 이를 관리하는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데다, 보톡스 생산도 허가가 아닌 신고로 이뤄지면서 후진적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13일 경찰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9월 미간 주름개선 등 미용성형 시술에 쓰이는 보툴리눔 균주 등록절차를 진행하던 칸젠을 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지만 아직까지 경찰 수사가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당시 정부가 수사를 의뢰한 것은 '감염법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화학무기ㆍ생물무기의 금지와 특정화학물질ㆍ생물작용제 등의 제조ㆍ수출입 규제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보툴리눔 톡신 업체는 신고서에 균주 출처를 명확히 밝히고, 균주의 보유신고 기한인 30일 내 신고를 마쳐야 하지만 이를 준수하지 않은 것이다. 질본은 고발전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보툴리눔 균주 출처와 분리과정 등에서 석연치 않은 점을 확인했다.

정부가 보툴리눔 톡신 업체를 허위 신고로 고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 수사가 진척을 보이지 않는 것은 관련 제도가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보툴리눔 톡신은 신경독소의 일종으로 1g으로 100만명을 살상할 수 있는 치명적인 독성 물질이기도 해 안전관리 강화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보툴리눔 독소를 생화학 테러로 사용한 사례도 있다. 1995년 일본의 오움 진리교에 의한 도쿄역 지하철 테러 사건 당시 범인들이 사린 신경가스와 보툴리눔 독소를 함께 사용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2011년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도 보툴리눔 독소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허가가 아닌 신고만 하면 보톡스를 생산할 수 있어서 관련 제도가 미흡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이나 균주 출처 등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기술적인 검증 절차가 추가로 필요하다"면서 "최근 제3의 국내 전문감식업체에 염기서열분석 등 감식을 의뢰한 상태"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가 더디게 진행된 데는 감식 비용을 두고 질본과 경찰이 서로에게 감식 비용을 미룬 것도 작용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보툴리눔 톡신 같은 고위험병원체에 대한 신고를 받아 안전관리를 직접 담당해야하는 질본이 고발 주체였다는 점에서 질본 측에 감식비용 지원을 요청했다. 질본은 이를 받아들였으나 예산상의 이유를 들어 돌연 지원을 취소하면서 감식 요청이 늦어졌다. 이에 대해 질본 관계자는 "경찰수사에 필요한 비용은 원칙적으로 경찰이 해결하는 게 맞다"면서 "예산상의 문제가 있어 지원을 취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경찰수사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국가 차원의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관련 법개정과 제도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는 "보툴리눔 톡신은 치사량이 높은 맹독균이라는 점에서 생화학 무기에 악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독일ㆍ프랑스ㆍ미국 등 선진국은 해당 균주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국내서는 균주 출처 등에 대한 검증절차가 없어 누구나 쉽게 신고만 하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균주 출처를 둘러싼 국내기업간 분쟁이 끊임없이 있어왔다는 설명이다.

또 보툴리눔 톡신 상업화에 성공한 기업이 전세계 4곳에 불과하지만 국내에는 보툴리눔 톡신 제재를 보유하거나 상업화한 업체가 20여곳에 이르는 것은 관리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질본 관계자는 "안전관리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2016년부터는 현장조사를 직접 나가 균주 출처와 신고위반사항 등을 확인하고 있다"면서 "현재 단순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개정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을 추진중이며, 이번 경찰 고발을 계기로 보툴리눔 톡신 제재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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