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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포기 vs 경력포기’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 직장인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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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복직 후 은근한 퇴사 권유…'눈치'만 보는 워킹맘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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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직장인 A씨(31)는 10개월 된 딸을 매일 아침 시부모님께 맡기고 회사로 출근한다. 아이가 아직 어리지만 육아휴직 후 회사에서 대체인력을 뽑지 않아 일찍 복직을 신청했다. A씨는 “출산 직후에도 업무를 인수한 회사 동료와 클라이언트(고객) 전화를 받아야 했다”면서 “상사들도 ‘언제 오냐’는 문자가 끊이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복직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회사를 무시하고 계속 쉬게 되면 인사고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했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육아휴직이 길어지면 업무 연속성이 단절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일을 계속 하기 위한 방안은 복직뿐이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복직 후에는 ‘둘째 가지려면 퇴사부터 해’라는 뼈있는 농담까지 들어야 했다”면서 “‘나는 출산하고 3개월 만에 복직했다’는 한 여자 과장님 때문에 ‘유별난 사람’ 취급을 받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조사전문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전국 20~49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평균 육아휴직 계획 기간은 9.4개월인데 반해 실제 휴직기간은 8.7개월에 불과했다. 조기 복직 이유로는 ‘회사에서 복직 요구를 해서’라고 답한 여성이 57%에 달했다.

이런 이유로 출산과 동시에 회사를 그만둘 계획을 갖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직장에 다니는 대신 육아에 전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보는 눈초리도 따가워 고충을 겪고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고 있는 또 다른 B씨(29)는 “육아휴직에서 복직 후 이제까지 못한 일을 하라고 해 휴직 전보다 일과 야근이 늘었고 결국 2달 만에 사표를 내야했다”며 “퇴사하겠다고 하니 회사 측은 ‘쉬면서 돈(육아휴직 급여)은 받고 복직해서 일하는 척하다 그만두는 거냐’고 하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눈치 없는 육아휴직 보장’, ‘육아휴직 급여 인상’ 등 여러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사실 회사 내에서는 변화를 크게 느끼지 못 한다”면서 “정부가 출산을 장려하면서도 회사 내 여성들은 출산 후 죄인처럼 회사 동료와 선·후배 눈치만 보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회사에서는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사용한 직원들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인이 기업담당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10곳 중 4곳은 퇴사를 권유하거나 연봉을 삭감하고 승진을 누락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때문에 회사 내 불이익을 견디지 못하고 복귀 후 1년 내에 퇴사하는 여성이 43.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4명이 자신의 경력을 포기하는 것이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회사 차원에서 남녀 직원 모두 눈치 보지 말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쓰라고 권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팀이나 직무에 따라 조기 복귀하는 경우도 있고 대체 인력을 구하기 힘든 전문성을 요하는 직무는 출산휴가와 동시에 사표를 내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사에서 이를 문제로 인식하고 매년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직장인 C씨(26)는 결혼을 앞두고 동료들에게 “출산 후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겠다”고 하자 비난이 쏟아졌다고 했다. C씨는 어린 자녀를 둔 여성 동료들에게 쏟아지는 은근한 퇴사 압박을 알기에 차라리 퇴직 후 육아에만 전념하는 편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비슷한 또래의 미혼 여사원들은 “시대가 어느 때인데, 시대착오적인 생각 아니야?”, “ㅇㅇ씨 그렇게 안 봤는데 자주적이지 못하다”는 등 이씨를 폄하하는 말들이 이어졌다. 또 남자 사원들로부터 “이래서 여자들을 안 뽑으려고 하는 거야”라거나 “애만 키울 건데 대학는 왜 나왔냐”는 모욕적인 발언까지 들어야 했다.

C씨는 “최근 여성 인권 향상 목소리가 커지면서 취업 전만 해도 당당히 육아휴직을 쓰리라고 마음먹었지만 회사에 들어와 보니 분위기가 그렇지 않았다”며 “현실에서는 한계가 있고 이에 수긍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는데 단순히 남편에 기대어 살려고 하는 여성으로 비하하는 것 같아 억울했다”고 토로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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