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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고소'부터 하려는 적반하장 미투 '가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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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악화 역효과 불구 성폭력 가해자 온정주의에 기대 법적 대응수단 활용

'역고소'부터 하려는 적반하장 미투 '가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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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최근 미투(Me too)운동이 연예계, 학계는 물론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을 뒤흔드는 대형이슈로 확대되면서 그동안 수면 밑에 있던 각계의 성추문이 한꺼번에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 가해자들은 대부분 곧바로 반성하거나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억울하다면서 명예훼손이나 무고죄로 '역고소'부터 하려 하면서 오히려 여론의 눈총을 받고 있다.
연극계 미투 중 가장 먼저 폭발한 '이윤택 사건'의 경우에도, 이씨가 성추행은 사죄하면서도 성폭행은 끝내 부인하며 역고소를 준비하는 모습이 드러났다. 8일 한 언론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이씨는 "일련의 폭로들은 저한테 가혹하고 과장되고 상당히 허구가 많다"면서 "왜곡되거나 허위사실은 재판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안이 발생했을 때, 피해 당사자에게 곧바로 사죄하거나 사과하기 보다는 본인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다보니 화를 더 키운 측면이 없지 않다. 배우 조민기도 학생 성추행 문제가 불거졌을 때, 오히려 즉각적인 법적대응을 언급하며 철저히 부인했다. 그러나 곧 실명을 드러낸 피해자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청주대 학생들이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추궁이 있따르자 일주일이 지나고서야 모든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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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달수의 경우에도 익명의 성추행 폭로글이 지난달 발표되자 잠적했다가 며칠 뒤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그 다음날 연극배우 엄지영이 JTBC의 뉴스룸에 출현해 오달수의 성추행 사실을 실명으로 고발했고, 이후 성추행 의혹을 시인하며 사과했다. 무려 4명의 피해자가 미투 고발을 했음에도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며 매우 강경하게 대응하던 음악가 남궁연도 5번째 피해자가 등장하고, 성폭력 현장을 목격했다는 남성의 증언이 함께 나오면서 입장을 밝히지 않고 묵묵부답 중이다.

일반적으로는 가해자의 '역고소'가 오히려 여론을 악화시켜 가해자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과 달리, 실제 성폭력 가해자들 상당 수가 역고소를 자신의 법적 방어수단으로 이용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조사에 의하면, 성폭력 가해자 중 대다수가 피해자를 위협하는 수단으로 형법에 근거한 무고조, 명예훼손죄, 위증죄, 협박죄, 모욕죄, 공갈죄, 강요죄 등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온정주의가 여전히 상당하다는 것에 기인한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2016년 집계한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강간을 신고하는 여성들은 상대에 대한 분노나 보복심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는 남성이 전체 조사에 응답한 남성 중 31.3%에 달했다. 성범죄는 일단 개인적 보복을 위한 '무고'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남성들의 인식이 상당히 높은 셈이다.

물론 이런 인식의 이유가 없지는 않다. 성폭력 무고 비율 또한 상당히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지난 2016년 전체 무고죄 발생건수는 3617건이었으며, 이중 40% 가량이 성범죄 무고였다. 무고죄의 경우에는 기소가 된다고 해도 구속되는 경우는 5% 정도고 나머지 95%는 불구속 기소나 약식명령에 그치기 때문에 성범죄에 대한 무고 또한 여전히 많이 일어나는 편이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의 약점을 틈타 가해자들은 역고소를 이용한다. 확실한 증거가 나온 상태에서도 일단 무고라면서 버티고, 법적 투쟁에 나서겠다고 강경하게 나서면 크게 두가지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른바 피해자에게 '꽃뱀'이라 불리는 낙인효과를 일으켜 자신을 방어하면서도 피해자에게 고통을 줄 수 있으며, 조사기관 및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긴장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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