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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양극화①]금수저·흙수저가 공존하는 시대…엥겔계수 17년만에 최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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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겔계수, 17년 만에 최고…상승한 장바구니 물가 부담
월급보다 널뛰는 밥상물가…더욱 고달파진 국민의 삶
고소득층 '식료품 소비 패턴 변화' vs 쓸 돈 없는 저소득층

[소비 양극화①]금수저·흙수저가 공존하는 시대…엥겔계수 17년만에 최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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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3일 저녁 서울 시내의 한 백화점 식품관에서 만난 주부 이모씨는 "먹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며 "유기농 제품 위주로 장을 보며, 웰빙식을 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식료품 지출 비용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는 "일주일에 1번 정도 장을 보는데 15만원 정도 지출한다"고 전했다. 인근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서모씨는 "가계 상황이 여의치 않아 꼭 필요한 지출만 하기 위해 꼼꼼히 장을 본다"며서 "물가가 많이 올라 식료품 소비를 줄여도 지출은 더 늘었다"며 "대신 의류 구입 비용 등을 아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금수저와 흙수저가 공존하는 시대. 간단하게 설명하면 금수저는 부모의 재력과 능력이 너무 좋아 아무런 노력과 고생을 하지않음에도 풍족함을 즐길 수 있는 자녀들을 지칭한다. 흙수저는 이와 반대 개념. 부모의 능력이나 형편이 넉넉지 못한 어려운 상황에 경제적인 도움을 전혀 못받고 있는 자녀를 지칭하는 신조어다. 이 같은 신조어가 등장한 현 시대, 우리는 금수저와 흙수저 또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등 극명하게 나뉜 소득 구조에서 뚜렷한 소비 양극화를 겪고 있다.

수저계급론 / 사진=아시아경제 DB

수저계급론 / 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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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다보니 가계의 전체 지출액 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엥겔계수가 1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가계 소득에 비해 식료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상황에서 저소득층이 식료품 지출 이외에는 다른 소비를 할 여력이 없다는 뜻이다. 즉 엥겔계수 또는 엥겔지수(Engel's coefficient)가 높아졌다는 보도는 국민의 삶이 더욱 고달파지고 있다는 의미다. 동시에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먹고사는 문제에 있어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뜻하기도 한다.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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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가계의 국내 소비지출은 573조6688억원이며, 그중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품’ 지출은 78조9444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다. 이를 토대로 분석한 엥겔계수는 13.8%로, 2000년 13.9% 이후 가장 높다.

최근 수년간 엥겔계수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2000년 이후 꾸준히 낮아져 2007년 11.8%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2008년 12%로 반등한 뒤 지난해 14%에 육박했다.

엥겔계수의 상승은 장바구니 물가의 상승과 식료품 외 소비재 지출의 감소를 뜻한다. 같은 식료품을 구매해도 식료품 구매 비용이 높아지면 엥겔계수가 높아진다. 또한 식료품 구매 비용은 동일해도 식료품 외 소비재에 대한 소비를 줄이면 그만큼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져 엥겔계수가 상승한다.

전문가들은 17년만에 엥겔계수 최고치 경신은 식료품 소비에서 양극화가 심화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고소득층에서는 고급 식품에 대한 선호가 높아져 식료품비 비중이 높아졌고, 저소득층에서는 소비재의 지출을 줄여 상대적으로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의 소비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 결국 금수저의 고급 식료품 소비가 늘고, 흙수저의 소비재 소비가 줄어든 '식료품 소비 양극화'가 만들어낸 합작품인셈이다.

이와 관련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가 긴축적으로 꼭 필요한 소비만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중산층, 저소득층의 소득이 감소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필수품인 식료품은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어느 가계에서나 일정한 수준의 소비를 유지하기 때문에 소득이 높을수록 엥겔계수는 낮아지고, 소득이 낮을수록 엥겔계수는 높아진다. 따라서 엥겔계수가 높은 경우는 생활이 넉넉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고, 엥겔계수가 낮은 경우는 생활이 풍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신선 식품을 비롯해 식품 물가 자체가 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전체 물가 상승률의 약 3배에 달했다. 다양한 향신료와 해외 가공식품 등 고급 식재료를 사는 소비자가 많아진 것도 엥겔 계수를 끌어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식생활 수준이 고급화되면서 프리미엄 제품, 웰빙식품에 대한 소비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다만 이는 고소득층에 한정된 트렌드 변화이며, 서민들은 먹는 데에 대한 지출조차 버거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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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오르는데 소득은 따라 오르지 않고 있다. 가계의 전년 대비 월평균 경상소득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2.5%) 직전 약 2년간(2015년 3분기∼2017년 2분기) 0∼1%대에 머물렀다. 반면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의 전년 대비 평균 물가 상승률은 2015년 1.7%, 2016년 2.3%, 지난해 3.4%로 급등했다. 엥겔지수 계산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외식비 물가도 매년 2%대로 오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계의 식료품비 지출 비중은 더 커진다.

주목할점은 청년층에서 소득과 지출이 감소했다는 것.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청년층 경제 활동 제약의 5대 특징과 시사점’에 따르면 청년층의 소득과 소득이 줄었다. 30세 미만 청년가구주의 경상소득은 2015년 3266만원으로 전년대비 4.1% 감소했다. 2016년에는 3279만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소득이 줄면서 소비도 줄었다. 청년가구의 연간 소비지출은 2011년 1959만원에서 2013년 2299만원까지 확대됐지만, 이후 2016년 1869만원으로 축소됐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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