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평창'은 '평화'가 답이라는 걸 명백히 보여줬다. 실제 경색된 한반도 기류를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많다. 11년만의 남북 공동 입장은 세계인들에게 왜 이번 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이어야 하는지 각인시켰다. 올림픽 자체의 흥행도 평창 이후 한반도 문제에 긍정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축제는 끝났지만 한반도는 아직 '봄날의 살얼음판'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방남 때 제안된 남북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의 말마따나 아직 여건이 성숙되었다고 하기엔 이르다. 그 여건 중 하나인 북미대화는 여전히 양측의 기싸움으로 불투명하다. 한반도 문제를 자국의 이익과 연계하려는 중국, 일본 등 이웃나라들의 개입은 하시라도 역내 긴장도를 높일 개연성이 높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상 북미관계 개선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성큼 다가선 남북관계와는 달리 북미관계는 아직 한겨울이다. 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방한ㆍ방남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의 회동이 불발된 것은 북미간의 거리를 그대로 보여준 사례다. 폐막식에 참석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도 역시 서로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한반도 문제 해결의 물꼬가 트인 지금은 이해당사국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류옌둥 중국 국무원 부총리에게 중국의 협력을 당부하면서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고 북한도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한 것은 북미대화 중재에 적극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북한의 대화 용의 표명에 '적절한 조건하에서의 대화'로 응수하고 있지만 대화 분위기는 무르익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국내 정치권에 있다. 올림픽 이전 '평양 올림픽' 논란은 최근 천안함 폭침 주역으로 지목됐던 김영철의 방남으로 극에 달하는 형국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그간 한번도 찾지 않았던 천안함기념관을 그 일가에 대한 수사망이 조여오자 방문한 것은 마뜩잖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적 시각에서 김영철의 방남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어느정도 이해되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층 결집을 위해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의구심이 없지 않다.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큰 틀에서 대승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겠다.
평창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마중물이 됐다. 이제 평창이 보여준 '평화'에 세계와 우리 정치권이 화답할 때다.
김동선 디지털뉴스부장 matthew@asiae.co.kr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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