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에 공개된 대학 인권센터 내 상담 내역과 업무 현황 등을 열람해 볼 기회가 있었다. 인권센터의 주요 업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성희롱ㆍ성폭력 예방과 교육ㆍ상담ㆍ신고와 처리 등 성 문제와 관련된 업무다. 나머지 하나는 폭력ㆍ차별과 같은 기타 인권문제다. 그러나 실제로는 성과 관련된 것이 그렇지 않은 내용보다 약 5배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예컨대 데이트 폭력과 같은 학생과 학생 사이 문제가 가장 많았고, 교수와 학생 관계가 그 다음이었다. 예전에 인권센터 업무를 담당했던 한 지인에 따르면 성폭력 문제로 상담을 신청한 피해자 대부분은 자신의 신분 노출을 원하지 않아 신고까지 하지는 않기 때문에 진상조사와 사고처리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그대로 묻혀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결국 가해자들은 지금도 버젓이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필자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 때마다 기분이 나빴지만 곧바로 감정을 드러내면 "그 나이에 유난스럽다"는 소리를 듣거나, 때로는 나로 인해 분위기가 어색하게 될까봐 별다른 내색을 하지 못한 채 자리를 피하는 소극적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하지만 말이란 것이 돌고 도는 것이어서 이 사람 저 사람 입을 통해 듣다 보면 그런 행태를 보인 이들은 습관처럼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행동을 반복하더라는 것이다.
교육학 분야에서 보는 인성이나 성품은 어느 한 시기에 정립되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에 걸쳐 지속적으로 수양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영유아기 때부터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각 생애 단계별로 적합한 인성교육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최근의 미투 운동을 촉발한 가해자들은 아마도 바른 성품을 구성하는 핵심 덕목이 매우 부족한 사람들일 것이다.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공감력과 분별력을 키우는 교육이다. 그걸 배우지 못한 사람이 감히 누구를 가르치고 지도할 수 있겠는가.
김영주 중앙대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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