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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미투 운동, 바른 인성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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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중앙대 디자인학부 교수

김영주 중앙대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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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 시즌이다. 대개 입학식 후 개강 직전 2박3일 정도로 신입생 엠티(MT)를 가는 게 대학가의 연례행사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MT가 교수나 학생 모두에게 꽤나 신경 쓰이는 행사가 된 게 사실이다. 수차례 보도되었듯 일부 대학에서 신입생 기강을 잡는다는 취지 아래 불미스러운 성희롱이나 성폭력, 폭행 사건들이 바로 MT 장소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뉴스에 보도된 것 같은 충격적 상황을 직접 접해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이맘 때가 되면 긴장감을 감출 수 없다.

최근 인터넷에 공개된 대학 인권센터 내 상담 내역과 업무 현황 등을 열람해 볼 기회가 있었다. 인권센터의 주요 업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성희롱ㆍ성폭력 예방과 교육ㆍ상담ㆍ신고와 처리 등 성 문제와 관련된 업무다. 나머지 하나는 폭력ㆍ차별과 같은 기타 인권문제다. 그러나 실제로는 성과 관련된 것이 그렇지 않은 내용보다 약 5배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예컨대 데이트 폭력과 같은 학생과 학생 사이 문제가 가장 많았고, 교수와 학생 관계가 그 다음이었다. 예전에 인권센터 업무를 담당했던 한 지인에 따르면 성폭력 문제로 상담을 신청한 피해자 대부분은 자신의 신분 노출을 원하지 않아 신고까지 하지는 않기 때문에 진상조사와 사고처리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그대로 묻혀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결국 가해자들은 지금도 버젓이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최근 사회 각 분야에서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여성으로서 이 사회에 평생을 살며 누군가로부터 성희롱적 언사를 듣거나 불쾌감이 느껴지는 신체 접촉을 단 한 번이라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비단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 때마다 기분이 나빴지만 곧바로 감정을 드러내면 "그 나이에 유난스럽다"는 소리를 듣거나, 때로는 나로 인해 분위기가 어색하게 될까봐 별다른 내색을 하지 못한 채 자리를 피하는 소극적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하지만 말이란 것이 돌고 도는 것이어서 이 사람 저 사람 입을 통해 듣다 보면 그런 행태를 보인 이들은 습관처럼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행동을 반복하더라는 것이다.
흔히 누군가의 됨됨이를 말할 때 성품(性品)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성품은 한 개인이 자기 자신을 포함한 주위 것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며 말하고 행동하는 지를 보여주는 인격의 총체적 표현을 뜻한다. 인간의 성품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바른 성품을 구성하는 핵심 덕목으로 공감력(empathy)과 분별력(conscience)을 꼽는다. 공감력이란 타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타인의 고통과 기쁨ㆍ아픔과 슬픔에 공감하는 능력이다. 분별력은 인간의 기본적인 양심을 바탕으로 옳고 그름을 구별하는 능력으로 올바른 생활과 건강한 시민정신, 도덕적인 행동을 위한 토대가 된다.

교육학 분야에서 보는 인성이나 성품은 어느 한 시기에 정립되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에 걸쳐 지속적으로 수양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영유아기 때부터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각 생애 단계별로 적합한 인성교육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최근의 미투 운동을 촉발한 가해자들은 아마도 바른 성품을 구성하는 핵심 덕목이 매우 부족한 사람들일 것이다.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공감력과 분별력을 키우는 교육이다. 그걸 배우지 못한 사람이 감히 누구를 가르치고 지도할 수 있겠는가.

김영주 중앙대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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