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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사건 뒤에 도사린 한국사회의 '성도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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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신체접촉에 집착 '마찰도착증' 환자 많아
자신이 환자인지 인지하는게 우선

미투 사건 뒤에 도사린 한국사회의 '성도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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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법조계와 문단을 넘어 연예계, 학계 등 사회 각계로 퍼지고 있는 '미투(Me too)'운동의 열풍이 거세다. 폐쇄적인 조직문화에 가려져있던 권력자들의 성범죄가 수면위로 올라오면서 유명인사들의 성추문이 잇따라 터지고 있다.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는 성추행, 성폭행 등 각종 범죄의 양상은 조금씩 다르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눈에 띈다. 바로 가해자들이 '성도착증(Paraphilia)' 증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미투운동을 통해 알려진 피해사례들을 살펴보면, 피해 여성에게 나체를 강요하거나 강제로 신체접촉을 시도하고, 가학적안 모습을 보이거나 성기노출을 하는 등 전형적인 성도착증 환자들의 행동들이 나타난다.

성도착증은 일반적인 남녀간의 사랑, 비파괴적 상호작용에 의해 나타나는 정상적인 성행위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성적 흥분을 받는 정신질환을 의미한다. 보통 사람이 아닌 특정 대상물, 특정 행동에 성욕을 느끼게 되거나 상대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고통을 일으켰을 때 흥분하는 형태가 많다.
성도착증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것이 관음증으로 몰카 범죄 급증과 관련된다.

성도착증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것이 관음증으로 몰카 범죄 급증과 관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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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성도착증은 여러가지로 형태로 분화돼있다. 여성의 특정 물건, 의상, 노출증, 관음증 등도 이에 속한다. 미투 가해자들의 사례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타인의 신체 일부를 강제로 만지거나 접촉을 하면서 성적쾌감을 느끼는 것은 '마찰도착증'에 속한다. 마찰도착증은 타인에게 모욕이나 고통을 줘서 성적 쾌감을 얻는 가학증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성도착증 환자로 분류되는 사람은 겉으로는 분류하기 어렵다. 역으로 성도착증 환자의 경우에는 타인과의 관계를 수줍어하거나 소극적인 사람이 많다. 성도착증의 원인 역시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정신역동적으로 프로이드의 오이디푸스적 고착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한마디로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강한 심리압박을 받고 모범생으로 자라나 대인관계에 친숙하지 못한 사람들에게서 오히려 나타나기 쉽다는 의미다. 성적일탈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기제로 나타나기 시작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중독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중추신경계의 신경전달물질의 장애와 성도착증이 관계가 있다는 설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약물치료가 필수지만, 폐쇄적인 성 문화를 가진 한국사회에서 자신이 성도착증 환자인 것을 인지하고, 치료받는 것은 매우 어렵다.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6년 성범죄자수는 2만9414명으로 집계돼 3만명에 육박했고, 이중 강간과 강제추행이 79.2%를 차지했다. 하지만 성도착증의 표준질병분류인 성선호장애 진료인원은 326명에 그쳤다. 전체 1% 남짓한 사람들만 진료를 받았다는 것.

그나마 치료도 쉽지가 않다. 성도착증 치료는 정신질환 치료이기 때문에 환자 자신의 심각성 인지와 치료의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성도착증 치료를 오는 사람들은 범죄와 관련돼 강제로 상담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상 1년 이상 정신치료가 지속돼야하는 정신질환 특성상,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한계도 있다.

이렇게 자신도 스스로 성도착증 환자임을 인식하지 못한 채, 세월이 지나 각 분야에서 경력이 쌓이고 한 조직에서 권력자로 군림하게 되면 숨겨진 욕망을 마구잡이로 표출하게 된다. 구조적으로 가해자가 계속 양산될 가능성이 높은 사회가 된 것이다. 사회 각계에 숨어있는, 성도착증세를 보이는 남성들의 자발적 치료 의지가 선행되기 전까지는 미투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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