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사회 전반에서 성범죄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가운데 스타트업계가 유독 잠잠하다. 투자를 받지 못하면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고, 너무 좁은 업계 특성 탓에 미투 운동에 동참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성 창업자 A씨는 3년 전 투자자와의 미팅 자리에서 “남자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어 투자자는 “남자친구가 없다면 투자를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다”는 말을 했다. A씨는 상당히 불쾌했지만 웃어 넘길 수밖에 없었다. 당시 자리에 함께했던 남성 창업자 역시 “그냥 못들은 것으로 하자”며 A씨를 달랬다. 사업 운영을 위해선 투자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또 정보가 제한적인 스타트업계에서 먼저 자리를 잡은 창업자가 멘토로 활동하는 과정에서 예비 창업자에게 가해지는 성폭력도 문제다. 영상제작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B씨는 “업계 대표들이 대학교의 창업지원센터 등에서 멘토로 활동하며 성추행을 했다는 소문을 쉽게 접할 수 있다”며 “업계가 워낙 좁아 업계에 발을 들여놓기도 전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대부분의 예비 창업자들은 입을 다물고 넘어 간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8월 한 온라인 모임 플랫폼 스타트업 대표와 부대표가 투자자를 강제추행과 준강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며 스타트업계가 술렁였다. 하지만 해당 대표는 여전히 직함을 유지한 채 대학교 등에서 청년 CEO 행사에 참석해 학생들에게 창업 멘토링 강연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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