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륵은 애이불비(哀而不悲)라 했고 공자는 애이불상(哀而不傷)이라 했다. 슬프나 슬퍼하지 않고, 애달프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시가 그렇다. "얌전히 밥 먹는 시늉을 하며 굶는 것 들키지 않으려고 밥 먹듯이 책이나 읽으며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던 학창 시절"은 아무리 지나온 과거라 해도 눈물로 가득하다. 그러나 그 고통은 이제 맑고 순해져 왠지 오히려 그리울 정도다. 그런데 "고학 시절"의 간난함이 그저 옛일이기 때문에 이처럼 탈색된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마지막 문장을 보라. 그 시절의 신산함은 숨이 턱 막혀 말을 더듬을 만큼("지 지나가지 않는") 여전히 현재적이다. 옛말을 빌려 적자면 슬퍼하지 않되 지극히 슬픈 시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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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절반 "어버이날 '빨간날'로 해 주세요"…60대...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