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외이사에 글로벌기업CEO·여성·반도체전문가 내정

관심 모았던 이재용 부회장 경영복귀는 아직…이사회 불참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삼성전자 가 사외이사로 외국계 기업 대표, 여성, 반도체 전문가 등을 내정해 주목된다. 다양한 계층의 인사들을 이사회에 편입시켜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이사회 운영 방식도 글로벌 표준에 맞춘다. 특히 반도체 전문가를 사외이사에 편입해 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투자를 결정하는 투자위원회 역시 사외이사의 역할이 대폭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23일 경기도 수원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신임 이사진 선임, 이사 보수한도 조정, 주식 액면분할 등의 안건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사회 직후 다음달 23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 소집 공고 공시를 낼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종전 사외이사를 맡던 김한중 전 연세대 총장과 이병기 서울대 교수의 임기 만료와 함께 총 3인의 사외이사를 신규로 편입시킬 계획이다. 5명의 사외이사가 총 6명으로 늘어난다. 신규 사외이사에는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과 김선욱 이화여대 교수, 박병국 서울대 교수가 추천됐다.

김 회장은 글로벌 통신장비업체 루슨트 테크놀러지를 거쳐 벨연구소 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모바일 스포츠 중계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키스위모바일을 창업해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김 회장은 미국 통신장비업체 아리스 그룹의 이사회 임원도 맡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김 회장은 초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지명됐지만 이중국적 논란 등으로 스스로 사퇴한 바 있다.

김선욱 전 총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여성 최초 법제처장을 지냈다. 지난 2010년부터 이화여대 총장을 맡고 있다. 박 교수는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과 한국전자공학회장 역임했다. 국내 반도체 분야 권위자로 손꼽힌다. 삼성전자가 외국계 국적을 가진 타 기업 CEO와 여성, 반도체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내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향후 이사회가 인수합병(M&A), 준법 준수, 시설투자에도 사외이사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2016년 11월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통해 글로벌 기업 출신을 비롯해 다양한 계층의 사외이사를 영입하겠다고 밝혔다.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회가 사내 최고결정기구가 될 수 있도록 투명성을 높이고 이사회 운영 방식도 글로벌 표준에 맞추겠다는 취지다.

이사회는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된 김기남, 김현석, 고동진 사장을 등기 이사에 등재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최고재무책임자(CFO)에서 물러난 이상훈 사장은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등기 이사직을 유지한다.

이 부회장은 이사회에는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집행유예를 받아 폴려난 뒤 경영 일선에 정식 복귀도 하지 않았는데 이사회에만 참석한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삼성전자는 삼성생명이 입주한 서초사옥에서 이사회를 진행했지만 이날은 수원사업장에서 이사회를 진행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풀려난 뒤 처음으로 맞는 이사회인 만큼 참석 여부가 유력했지만 아직 경영 일선에 나서기는 다소 이르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지금까지 이 부회장은 이사회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등기 이사직을 유지하고 이사회 투명성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경영복귀 뒤에는 이사회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