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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곤지암', 왜 지역 주민만 불편한 영화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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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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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내달 개봉을 앞둔 영화 ‘곤지암’이 배경이 된 곤지암 정신병원의 소유주, 지역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영화 곤지암은 1996년 폐원한 경기도 광주시의 한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한 공포영화다. 이곳은 지난 2012년 10월 미국 CNN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소름 돋는 장소 7곳 중 한 곳으로 소개되면서 국내 대표 흉가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온라인에서는 병원이 폐쇄된 이유가 환자들의 의문사, 병원장의 자살 때문이라는 등 괴담으로 번졌고 영화 ‘곤지암’은 이를 소재로 그려졌다.

하지만 병원 소유주가 등장하면서 법적 공방에 휘말릴 위기에 놓였다. 미국에 거주 중인 병원 소유주 A씨는 개인 사유지에서 무단으로 촬영했다는 이유로 영화 제작사와 투자·배급사, 감독을 상대로 소송,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계획 중이다. A씨는 “영화사 측이 무단으로 침입해 영화를 촬영했고 ‘대한민국 3대 흉가’ 등의 문구로 허위 정보를 퍼트렸다”고 주장했다. 또 매각을 계획 중이던 A씨는 영화 발표 이후 매각이 무산됐다고 했다.

사실 정신병원을 둘러싼 무성한 소문들은 모두 허구다. 이미 지난 2012년 한 매체에 의해 괴담들의 진실이 밝혀졌다. 건물 소유주가 사망하면서 아들 2명이 물려받았고 이들은 미국에 거주하고 있어 관리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당시 하수처리 시설 설치비용으로 다투다 결국 폐원했고 방치되면서 지금의 폐건물로 변했다. 당시 병원장도 현재 다른 병원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주민들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곤지암 정신병원이 폐가로 유명해진 후로 이를 촬영하려는 일반인들이 한밤중에 무단으로 침입하는 등의 피해를 보고 있고 온라인상에 귀신을 실제로 봤다는 등의 후기를 올리면서 괴담이 마치 사실처럼 굳어졌다.

이에 광주시는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에 영화 제목 변경을 요청했다. 광주시는 “곤지암이란 지역을 공포 체험장소로 오인, 우범지역으로 전락한다면 지역 주민들의 정신적, 물질적 피해가 크게 발생할 수 있다. 영화 개봉 전 제목이 변경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영화 '청년경찰' [사진=영화 '청년경찰' 스틸컷]

영화 '청년경찰' [사진=영화 '청년경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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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영화나 드라마 속의 실제 지명이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져 피해를 입은 사례는 상당하다. 일례로 지난해 8월 개봉한 영화 ‘청년경찰’은 영화 속 배경인 ‘대림동’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심어줬다는 비난을 받았다. 해당 영화에서는 대림동에서 활동하는 중국동포 폭력조직이 가출 소녀들을 납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 속에는 “여기는 여권 없는 중국인도 많아 밤에 칼부림이 자주 나요”란 대사도 등장한다.

결국 국내 중국동포 단체들과 대림동 주민들은 ‘중국동포, 다문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한국영화 바로 세우기 범국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해 “대림동 등 중국동포 밀집 지역 상권을 어렵게 만드는 영화 제작과 상영을 방관할 수 없다”며 변호사를 선임하고 영화 제작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벌였다.

대림동에서 살고 있는 B씨는 “영화 개봉 이후 지인들로부터 이사 권유를 수차례 받았고 지방에 계신 부모님과 이사를 두고 다투기도 했다”며 “대림동이 안전한 지역이라고 수십 번도 더 설명해야 했다”고 했다. 또 “주민들이 겪은 피해와는 별개로 영화가 흥행했다는 점에서 결국 지역민들만 보기 불편한 영화가 됐다”고 토로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지역 이름을 허구로 짓거나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영화 ‘아수라’에서 부정부패가 가득한 도시로 설정된 ‘안남시’가 대표적이다. 애초에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영화를 제작한 정범식 감독은 “영화는 CNN이 소개한 괴담 중 하나를 모티브로 해 상상으로 만들어졌다”면서 “부산 영도의 한 폐교에서 곤지암 정신병원을 비슷하게 꾸며 촬영했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그쪽(A씨)에 피해가 가지 않아야 하고 제작사 측은 지역 주민들과 윈-윈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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