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김여정, 청와대서 비밀회담 예정됐지만, 2시간 전 취소"(종합)

北-美 평창동계올림픽 앞두고 펜스-김여정 회동 사전 논의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회동 예정됐지만, 2시간 전 취소
북, 펜스 부통령의 대북 제재 강화 발언 문제 제기

WP "청와대, 북-미 대화 중재자로 나서"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마이클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청와대에서 비밀리에 회동하기로 했었는데, 회동 직전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시간) 펜스 부통령 측 관계자를 인용해 북미 간 최고위급 비밀회담이 예정됐지만, 회동 2시간 전에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다음 날인 10일 한국을 방문 중인 펜스 부통령과 김 부부장,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만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예정됐던 비밀회담이 취소된 이유는 북한의 거부 때문으로 알려졌다. 펜스 부통령 측에 따르면 북한은 비밀회담을 취소하면서 펜스 부통령이 언급한 대북제재와 함께 탈북자들과 만난 것 역시 문제로 삼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펜스 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위해 한국에 오는 여정 내내 북한의 인권 문제 등을 지적하는 등 대북 압박수위를 높였다. 특히 북한에 대해 전례 없는 경제제재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단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애초 펜스 부통령은 한국에 왔을 당시부터 북한과의 비밀회담 일정에 동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 일정이 잡히지 않다 8일이 되어서야 양측이 만날 장소와 시간이 확정됐다. 정해진 장소는 10일 오후 청와대였다. 다만 한국 측은 일종의 회동의 주선자 역할로만 나서고 회담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WP에 따르면 회담은 펜스 부통령 방한 2주 전부터 논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측은 미국 중앙정보국(CIA)가 북한으로부터 북미 간 접촉과 관련한 언급을 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북미 간 접촉과 관련해 한국이 일종의 중재자 역할로 나섰었다고 전했다.

펜스 부통령은 애초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관계자, 정보기관 관계자 등과 비밀회담장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북한의 경우에는 김 부부장, 김 상임위원장과 제 3자가 회담장에 가기로 예정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펜스 부통령은 한국 방문 일정을 앞두고 북미 간 접촉 가능성을 묻는 말에 "무슨 일이 있을지 지켜보자"고 언급했다.

백악관에서도 북미 간 접촉이 예정됐던 사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마크 폼피오 CIA 국장 등 극히 소수만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펜스 부통령은 비밀회담을 통해 북한과의 협상에 나서는 대신 북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회담이 실제 성사됐더라도 북한과의 긴장 완화 등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이 9일 오후 평창올림픽플라자내 개폐회식장에서 ‘Peace in motion’(행동하는 평화)라는 주제로 펼쳐진 가운데 문재인대통령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다만 미국 백악관 역시 김 부부장이 한국에 온다는 것과 관련해 북한이 이번 사안을 중대하게 여기고 있었다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이런 보도 내용이 사실임을 공식 확인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펜스 부통령은 이 기회를 잡을 준비가 돼 있었고, 이 만남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강조할 기회로 삼으려 했으나 북한이 이 기회를 잡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