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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칼럼]미국과 터키의 갈등, 승자는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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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자 에드워드 러트워크는 자신의 저서 '비잔티움 제국의 대전략'에서 비잔티움 제국의 장수 비결을 외교에서 찾았다. 러트워크는 무력보다는 설득과 동맹, 견제를 통해 비잔티움 제국이 서로마 제국보다 800년을 더 오래 버틸 수 있다고 봤다. 터키나 미국과 같은 나라들은 시리아 내전 같은 복잡한 문제의 해법을 비잔티움 제국의 외교에서 찾아야 할 듯하다.

도미니크 모이시 국제관계연구소(IFRI) 선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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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리아 사태는 한층 복잡해졌다. 정부군과 반정부군 간에 시작된 이 내전은 종교에 주변국들까지 가세해 국제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터키군은 쿠르드족을 공격하기 위해 시리아 북부에 병력을 투입하면서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쿠르드족은 앞서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에서 미국 편에 서서 혁혁한 전과를 기록했으며, 시리아 북부 일부 지역을 장악하고 있다. 터키군의 이번 결정으로 미국과 터키는 직접적 군사 대치 위기에 놓이게 됐다. 러시아는 이 모든 사태 전개를 만족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터키의 계산은 간단했다. 영토는 곧 힘이라는 것이다. 과거 제국의 역사를 지녔던 터키로서는 어떤 경우에도 쿠르드족이 자신들의 영토를 갖는 것은 용인할 수 없었다. 최근 수십 년간 터키는 과거 오스만 제국의 영광을 되살리려고 노력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한때 아랍형 민주주의 국가의 모델이었던 터키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등장한 이후 독재국가로 향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가주의를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군사적 갈등이 높아질수록 그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이번 쿠르드 침공을 전후로 터키에서 조기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앞서 2016년 터키에서 발생한 쿠데타가 실패한 이후 에르도안의 권력은 더욱 강화됐다.

터키는 그동안 유럽연합(EU) 가입을 노력해왔다. 하지만 에르도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터키는 유럽에 가까워지기보다는 중동 문제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터키의 최우선 현안은 터키 국경 인접 지역인 시리아 북부에 쿠르드 자치 지구가 만들어지는 일이었다. 만약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터키 내부에서 분리 독립을 추진했던 쿠르드 노동당 역시 자치지구를 요구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터키의 군사작전은 위험성이 있다는 점이다. 전투 과정에서 전사자가 나오거나, 열세라고 생각하는 상대에게 패배하는 일을 겪게 된다면 역풍이 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독재국가의 경우 군사적 모험이 실패할 경우 민주국가보다 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다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금까지는 자신의 전략을 차질없이 진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 역시 딜레마에 놓여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소속인 터키는 미국의 공식적인 동맹국이다. 하지만 쿠르드족은 IS와의 전쟁을 함께 치른 사이다.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미국은 비록 소원하기는 해도 터키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쿠르드족을 희생시키고 있다. 이상적으로만 보면 미국은 쿠르드족을 버리지 않고도 터키를 안심시키는 길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리아와 이라크 일대에 자신들의 자치지역을 확보하기 위해 쿠르드족이 IS와의 전쟁에 필사적으로 나섬에 따라 터키와 쿠르드 모두를 만족시키는 길은 찾기 어렵다. 상황만 놓고 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권력을 더욱 튼튼히 하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태세다. 반면 미국은 국익을 들어 그동안 충실한 파트너 역할을 해왔던 쿠르드족을 버릴 준비를 하고 있다.

더욱이 냉소가 나오는 대목은 이 와중에 사실상 승자는 터키도 미국도 아닌 러시아라는 것이다. 이번 일을 겪으며 NATO 회원국 간의 반목은 커졌다. 더욱이 터키와 미국이 맞붙기라도 한다면 러시아는 엄청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최대 피해자는 민간인들이다. 이 끔찍한 전쟁으로 민간인들이 겪게 되는 고통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 Project Syndicate 번역: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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