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련함이야 말할 것도 없다. 이제라도 잘못을 바로잡고, 법과 시스템을 우롱해가며 자기네 편익을 도모했던 이들을 늦었지만 처벌한다니 어째 고소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래서 그런지 설 연휴 고향집에서 가족 친지들을 만나고 온 주변 사람들 이야기로는 가장 큰 화제 중 하나가 적폐 청산이었다 한다. 때마침 모 방송에서는 "적폐 청산을 위해서는 검찰 수사가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 73.3%에 이르렀다"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기도 했다. 이는 국민 대다수가 적폐 청산을 호의적으로 보는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적폐란 말 그대로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이다. 이를 쌓은 그 누군가는 지위든 세력이든 금력이든 여태 힘을 가졌던 사람, 이른바 기득권층이다. 새로이 득세한 사람은 미처 폐단을 쌓을 여유가 없었던 게 분명하다. 그러니 새로 힘을 얻은 이들은 비난의 화살, 청산의 칼날을 홀가분하게 우리 아닌 그들에게 겨냥한다. 그런데 화살과 칼날의 과녁은 과연 제대로인가. 그렇게 겨냥하는 동안에 새로운 폐단이 시나브로 쌓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폐단을 빚을 위치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지난 세월을 함께 쌓아온(積) 기성세대의 불편함은 근거가 없는 것일까.
적폐 청산 필요하다. 거의 매일 언론이 터뜨리는 비리, 탈법을 보자면 '이게 나라인가'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청산보다 앞서야 하는 것이 있다. 상대를, 즉 기득권층을 단죄하고 기성세대를 부정하는 것보다, 아니 그와 병행해서 다짐하고 강화해야 할 것이 자정(自淨) 의지다. 그렇지 않고 청산의 목적을 '적폐'로만 타자화해서는 '신폐'를 더할 우려가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너희는 그랬지만'하는 마음가짐이다. 가정이든 기업이든 정권이든 폐단이 쉬 사라지지 않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예전에 그랬으니' '너희가 그랬으니까'하는 자세다. 전자는 관행으로, 후자는 앙갚음으로 종종 합리화된다. 그 결과 폐단이 끊이지 않거나, 정권이 바뀌면 또 다른 '청산'의 빌미를 준다.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ㆍ고려대 미디어학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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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려고 맞았는데 아이가 생겼어요"…난리난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