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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벼랑 끝 군산경제 "생존권 사수하자"

최종수정 2018.02.15 20:21 기사입력 2018.02.14 10:46

공장 폐쇄 날벼락에 노조원들 투쟁 돌입…인근 상인들도 당혹감

14일 한국GM 군산지회 노동조합원 1500여명이 회사 동문에서 총결의대회를 펼치고 있다.


[군산= 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공장폐쇄 철회하라", "생존권을 사수하자"

14일 오전 공장폐쇄라는 날벼락을 맞은 한국GM 군산공장 근로자들이 머리띠를 둘러맸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공장폐쇄 사실을 보도를 보고 알았다. 일방적인 통보를 납득할 수 없다"며 "이게 제대로 된 회사느냐"고 경영진의 무능함을 지적했다. 스피커에서는 "투쟁", "박살내자"라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군산공장 동문 앞에서는 노조원들이 '바지사장 카허 카젬(한국GM 사장)' 등의 문구를 쓴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

이날 오전 9시쯤 직원들의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전날 사측이 일방적으로 전한 공장폐쇄 통보에 대규모 궐기대회로 맞서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김재홍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군산지회장은 삭발을 했다.

군산공장 직원들은 공장폐쇄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장에서 만난 노조 관계자는 "무능한 경영진의 책임을 근로자에게 떠넘기지 말라. 근로자들이 이해 가능한 합당한 조치를 취해라"고 성토했다. 한국GM은 경영정상화 일환으로 군산공장을 5월에 접고 계약직을 포함한 직원 2000명을 구조조정한다. 노조는 신차를 배정해주면 회생이 가능한데 그런 것 감안하지 않고 폐쇄라는 카드를 꺼냈다고 비판하고 있다.
당사자인 군산지회 뿐만 아니라 한국GM 전체 노조 역시 날을 세우고 있다. "국민 혈세를 지원해달라는 날강도식 GM 자본의 요구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면서 "글로벌 GM의 고금리 이자, 이전가격 문제, 과도한 매출원가, 사용처가 불분명한 업무지원비로 한국GM 재무상태는 밑빠진 독이었고 이제껏 노동자들의 고혈로 글로벌 GM의 배만 채워왔다"고 지적했다.
14일 한국GM 군산지회 노동조합원들이 군산공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노조는 군산공장을 시작으로 부평, 창원 공장도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한국GM은 희망퇴직을 접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 1만6000명의 임직원 중 상무급 이하 전직원이 대상이다. 카젬 사장은 "이번 조치는 한국에서의 사업 구조를 조정하기 위한, 힘들지만 반드시 필요한 우리 노력의 첫걸음"이라며 "최근 지속되고 있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한국GM 임직원, 군산 및 전북 지역 사회와 정부 관계자의 헌신과 지원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문으로만 돌던 '철수' 얘기가 사실이 되면서 군산시 역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군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GM 군산공장과 인근 100여곳의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직원수는 1만3000여명 수준이다. 이들 가족까지 포함하면 5만명의 생계가 군산공장에 달려 있다. 시의 한 관계자는 "GM이 군산시 세수 30%를 차지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공장 문을 닫는다고 하니 큰 일"이라며 "협력업체들도 줄도산하지 않을 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로 지역 경제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매매' 현수막을 걸고 문을 닫은 공장 인근 식당


지역 상인들도 경기가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군산공장 인근의 한 식당 주인 김모씨는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데 이젠 진짜 먹고 살기 어려워졌다"며 "GM까지 나가게 됐으니 어렵던 군산 경제 더 휘청이게 됐다"고 토로했다.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원룸 임대업을 하는 박모씨는 "부동산으로 돈번다는 이야기는 여기선 안 통한다"며 "몇 년 전부터 하나, 둘 사람이 빠지면서 빈 원룸들이 수두룩하다. 텅빈 동네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원룸촌을 돌아보니 비어있거나 공사를 하다만 건물들이 상당했고 '매매' 현수막을 걸고 문을 닫은 식당들도 많았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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