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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슈퍼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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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1승 15패 1세이브, 방어율 6.08. 이 선수가 나오면 거의 진다. 오죽하면 '패전 전문'이라는 닉네임까지 붙었다. 프로야구 원년 팀 삼미슈퍼스타즈 소속 투수였던 감사용씨의 초라한 기록이다. 2004년 '슈퍼스타 감사용'이란 영화로 만들어져 더 알려졌다.

그는 야구선수로서는 작은 170cm의 키였고 눈에 띄는 실력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어릴 때 돌팔 매질을 잘 해서 시작한 야구였다. 그나마 행운은 왼손잡이라는 사실. 좌완투수가 드물었던 마산고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팀 성적이 좋지 않아 4년제 대학에 가지 못했고 실업팀의 문턱도 넘을 수 없었다.

제대 이후 삼미특수강 직원으로 입사했다. 직업 선수로서는 이미 끝나보였고 직장인 야구에서 활약했을 따름이다. 그러나 또 한 번 왼손잡이의 행운이 작용했다. 삼미가 프로야구팀을 창단하면서 역시 좌완투수가 필요했고 직장인 야구선수였던 그가 특채급으로 발탁된 것이다. 그가 프로급 선수가 아니었듯이 팀도 비슷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삼미의 성적은 15승65패. 감사용씨는 당시 삼미의 흑역사를 상징하는 듯 하다.
그는 은퇴 이후에도 야구를 놓지 않았다. 지독한 무명선수를 지도자로 받아주는 곳이 없자 초등학교와 중학교, 대학교의 창단팀 감독을 맡았다. 보수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야구는 그의 인생에서 한 번도 성공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좌절의 연속이었다. 지긋지긋할만도 하지만 끈질기게 붙들고 놓지 않았다. "내 마음 속에는 오직 야구 밖에 없다." 영화가 개봉할 당시 그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알 수 없는 심연으로 끌어들이는 통로일지라도 오직 그것밖에 없다면 달리 도리가 없겠다.

지론은 확고하다. "사실 세상에서는 1등이 아닌 사람들을 모두 꼴찌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 자신의 처지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들을 꼴찌로 봐야 한다." 이쯤되면 '슈퍼스타'란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다.
여자 아이스하키 '코리아'팀이 두 경기 연속 8대0으로 대패했다. 아이스하키가 인기 종목인 북유럽 선수들과는 실력 차가 확연해 보였다. 과거 남북 단일팀으로 드라마를 썼던 탁구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아쉬운 마음도 든다. 하지만 여자 아이스하키팀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건 숨기기가 어려워서 중계방송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제 일본전을 앞두고 있지만 그 결과와 무관하게 그들 역시 슈퍼스타의 자격이 있다. 그들의 땀이 화해의 씨앗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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