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국방부 사이버 댓글 조사… 처음부터 거짓

기무사. 사진= 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국방부의 사이버사령부 댓글 수사결과는 처음부터 거짓이었다. 국방부는 2013년 국군 사이버사령부 1차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사령부 사령관이 정치관여에 지시한 적이 없고 사이버사령부 요원 10명이 모두 벌인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재수사결과 당시 수사본부장이 수사를 방해하는 것은 물론 허위진술을 받도록 지시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국방부 사이버 댓글사건조사TF(태스크포스)의 4차 중간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2013년∼2014년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사이버사 댓글 의혹과 관련한 수사본부장을 맡았던 육군 김모 대령을 구속 기소했다. 당시 백낙종 조사본부장은 2013년 12월19일 국군 사이버사령부 1차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사이버사령부 전ㆍ현직 사령관은 사이버심리전 단장에게 정치관여 지시를 한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백 본부장은 "수사 결과 군내외 지시나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다른 기관과 연계된 조직적 대선개입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사본부장인 김 대령은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의혹을 수사하던 헌병수사관에게 "왜 대선개입 수사를 하느냐"며 질책하고 이후 댓글수사에서 배제하는 한편 헌병수사관들에게 허위진술을 받아오도록 지시하는 등 직권남용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김 대령에 대해 지난달 29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1차 수사결과와 달리 윗선에서 수사개입을 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1차 수사결과 발표 당시 백 전 본부장은 "일부 요원들(10명)이 벌인 일"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사실이 아니었다. TF는 "현재까지 약 500여명의 기무부대원이 사이버 댓글 활동에 관여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이들의 활동 시기는 2009년 초부터 2013년 초까지로 추가 확인 중에있다"면서 "3차 중간 조사 결과에서는 (관여 인원이) 470여명으로 파악했으나, 활동인원이 추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기무사령부의 일명 '스파르타'는 4대강 사업, 세종시 이전문제, 제주 해군기지 사업, 용산참사, 동남권 신공항 건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천안함 폭침, 반값 등록금 등에 대한 댓글 활동을 한 정황을 확인했다"면서 "특히 2012년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도 정치인 등에 대한 비난 및 지지 댓글 활동 정황이 일부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정부정책 등을 비판하는 소위 '악플러'를 색출하는 '블랙펜(Black Pen) 분석팀'을 과거에 운용했던 사실이 추가도 확인됐다. 사이버사령부는 2011년 초부터 2013년 10월까지 종북ㆍ반정부ㆍ반군(軍) 세력을 색출한다는 목적으로 이른바 블랙펜 분석팀을 운영했다. 당시 사이버사령부는 악플러를 지칭해 '블랙펜'과 '레드펜'이란 위장 용어를 함께 사용했으며, 우익세력은 '블루펜'(Blue Pen)으로 불렀다.

국방부 TF는 블랙펜 분석팀이 포털 사이트에서 댓글을 검색한 후 북한 찬양지지(B1), 대통령 및 국가정책 비난(B2), 군 비난(B3) 등 세 그룹으로 구분해 아이디를 분석했으며, 그 분석 현황을 경찰청에 통보하고 기무부대에도 일부 공유했다는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012년에는 961개의 아이디를 식별한 후 악성 계정 634개를 공안기관에 통보했다는 내용이 사이버사의 2013년 업무추진계획 보고 문서에 담기기도 했다.

국방부 TF는 또 2011년 말께 국군기무사령부가 청와대의 요청으로 민간 포털사이트 및 트위터 등에서 정부정책을 비난하는 아이디(일명 극렬 아이디) 1000여개를 수집해 그 현황을 청와대에 보고한 정황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기무사는 일부 극렬 아이디에 대해 게시글 모니터링 및 스팸블럭(Spam Block) 방법으로 대응을 시도한 정황이 발견됐다. 스팸블럭은 스팸메일이나 악성 소프트웨어 등을 유포한 계정을 트위터사에 신고하면, 트위터사가 자체 심의 후 해당 계정을 일시 또는 영구 정지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TF는 현재 진행중인 기무사의 댓글활동 의혹 조사와 관련, 지난해 12월 4일 기무사령부 사무실과 서버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자들에 대해 소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블랙펜'과 관련해 추가 조사를 하는 한편 당시 내용을 통보받은 경찰청과기무부대가 어떠한 조치를 했는지 등을 민간검찰과 공조해 확인할 계획이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