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나이를 먹는다고 한다.
허망하게 죽은 젊은이와
한 몸이 되어 황혼 길을 걷는다.
다시 맞은 봄으로
사랑을 불태우기도 한다.
팔순이 지나면
남의나이를 모신다고 한다.
기저귀 차고 떠난 젖먹이와
둥개둥개 한 몸이 된다.
때도 없이 어리광 부리고
떼쓰기와 삐치기와 사탕을 좋아한다.
아예 똥오줌도 못 가리는
갓난아기로 돌아간다.
모두 다 동갑내기 벗이 된다.
■한국어의 띄어쓰기 규정은 의외로 간단하다. 단어와 단어 사이는 띄어 쓰되, 조사는 앞말에 붙여 쓰고 어미는 어간에 더하여 쓴다가 그것이다. 그런데 수많은 사람들이 띄어쓰기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일단은 앞에 놓인 말이 하나의 단어인지 아닌지를 몰라서 그럴 것이다. 이 시에 등장하는 '남의나이'는 얼핏 보면 '남', '-의', '나이' 이렇게 세 단어들이고 따라서 조사 '-의'를 '남'에 붙여 써서 '남의 나이'라고 표기해야 할 듯하지만, 실은 '환갑이 지난 뒤의 나이를 이르는 말로 대체로 팔순 이상을 가리키는' 하나의 단어다. 좀 쌀쌀맞게 적자면 시는 오로지 말들로 이루어져 있다. 달리 말하자면 이미 말 속에 시의 길이 있고 그 길을 따라 시인은 시를 전할 따름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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