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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로 번진 '#MeToo'…최영미 시인 "'En'은 상습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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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 사진=최영미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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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성범죄 피해 사실을 알리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문화계로 확산되고 있다. 최영미(57) 시인이 지난해 12월 계간 '황해문화' 겨울호에 게재한 시 '괴물'이 6일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달궜다.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는 작가 'En'이 후배 작가를 성추행한 사실을 폭로한 글이다. 작품에서 En은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며',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인물로 묘사된다. '100권의 시집을 펴낸' 유명작가로도 표현된다. 이를 두고 최 시인은 '틀면 나오는 수도꼭지인데, 그 물은 똥물'이라며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이라고 썼다.
그녀는 이날 저녁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문단에 만연한 성범죄 문제를 다시 폭로했다. 최 시인은 "처음에 '누구를 써야겠다' 하고 쓰지만, 시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막 들어온다. 자신의 경험이나 사실을 기반으로 쓰려고 해도 약간 과장되기도 한다"면서 "그 결과물로 나온 문학 작품은 현실과는 별개의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언론사 기사에 해당 원로 시인의 입장으로 보도된 '후배 문인을 격려한다는 취지에서 한 행동이 오늘날에 비추어 성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된 행동이라 생각하고 뉘우친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그 문인이 내가 처음 떠올린 문인이라면 굉장히 구차한 변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상습범이고, 한두 번이 아니다. 내가 데뷔할 때부터 너무나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목격했고, 대한민국 도처에 피해자가 셀 수 없이 많다"고 강조했다.

소설가 박범신씨가 집필실에 초청한 독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소설가 박범신씨가 집필실에 초청한 독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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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시인은 문단 내 성범죄 문제에 관해 "내가 등단할 때 이미 일상화돼 있었다"고 했다. "첫 시집을 1994년에 내고 문단의 술자리에 많이 참석했는데, 그때 목격한 풍경은 놀라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문단이 이런 곳인 줄 알았다면 내가 여기 들어왔을까 싶었다"라고 떠올렸다. 그녀는 "어떤 여성 문인이 권력을 지닌 남성 문인의 성적인 요구를 거절하면 뒤에 그들은 복수를 한다. 그들은 문단의 메이저 그룹 출판사ㆍ잡지 등에서 편집위원으로 있는데, 자신의 요구를 거절한 (여성) 문인에게 원고 청탁을 하지 않는다. 작품이 나와도 그에 대해 한 줄도 쓰지 않고 원고를 보내도 채택하지 않는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그녀들의 피해가 입증할 수도 없고 '작품이 좋지 않아서 거절한 거예요'라고 말하면 하소연할 곳이 없다는 것"이라며 "작가로서 생명이 거의 끝나버린다"고 했다.
문단에서 성추문이 불거진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직 출판 편집자로 알려진 한 여성은 2016년 소설가 박범신(72)씨의 성추행을 SNS를 통해 고발했다. "박씨가 자신을 포함한 여성 일곱 명에게 술을 마시자고 강권한 뒤 옆자리 여성을 추행했다"고 했다. 이에 박씨는 SNS에 "상처받은 모든 분께 사과하고 싶다"고 썼다. 그해 문예창작과 여성 여섯 명은 배용제 시인(54)의 성범죄를 폭로했다. '시 스터디 모임'을 운영하면서 미성년자인 습작생을 창작실로 불러 성관계를 요구하고 성희롱을 일삼았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5일에는 성추문 전력이 있는 감태준(71) 시인이 신임 한국시인협회장에 선출돼 논란이 일었다. 감 시인은 중앙대 교수로 재직한 2007년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이유로 해임됐다. 피해자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는 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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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에서는 '연애담(2016년)'을 연출한 이현주(37) 감독이 준유사강간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이 지난 5일 동성의 피해자 A씨의 폭로로 드러났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성폭력 교육 40시간 이수 명령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 판결했다. A씨에 따르면 이 감독은 2015년 술에 취해 의식을 잃은 A씨에게 유사 성행위를 했다. 이 감독은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으나 이듬해 연애담을 개봉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이 감독을 제명했다. 여성영화인모임도 지난해 이 감독에게 수여한 여성영화인상을 박탈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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