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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정치 게임에 밀린 평창의 주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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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 지난 1일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 본진 10명이 강원도 양양 국제공항으로 들어왔다. 이중 단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는 북한의 '피겨 요정'이라 불리는 렴대옥이었다. 다음날 신문에는 렴대옥이 공항에 입국하는 사진이 크게 실렸다. 입국 이튿날 렴대옥은 강릉 아이스아레나 경기장에서 피겨 페어 부문에 함께 출전하는 김주식과 첫 훈련을 했다. 이때도 취재진의 카메라 후레시는 멈추지 않았다.

김연아 선수의 뒤를 이어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국가대표 최다빈은 대만에서 열린 2018 ISU 4개국 패겨 선수권 대회에서 4위를 기록한 뒤 지난달 28일 인천공항에 입국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한국 국민은 그다지 많은 것 같지 않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며칠 남아 있지 않지만 이번에 한국 선수들이 누가 출전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과거 주요 국제 스포츠 경기를 앞두고 매체들은 금메달 유망주들을 인터뷰하며 국민들의 관심을 촉구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다르다. 정작 한국에서 처음 개최하는 동계올림픽인데도 불구하고 한국 선수들에 대한 관심은 뜨겁지 않다. 이를 언론 탓으로만 돌려야 할까.

본지가 빅데이터 분석업체 버즈 메트릭스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1월 보름동안 평창 관련 가장 많이 언급된 인물에서 10위안에 국내외 정치인 9명이 포함됐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위가 문재인 대통령, 2위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일본 총리의 이름은 들어있으나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 이름은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평창 홍보대사 김연아 전 선수만이 10위안에 이름을 올렸다. 정부가 평화올림픽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니 정작 정치인들만 부각되고 주인공이 되어야할 선수들은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자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홍보하는데 주력했다. 이를 위해 북한 선수들의 출전에 공을 들였다. 대화의 문을 닫았던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평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며 깜짝 선언했다. 남북 대화는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들의 출전이 논의되면서 정작 주인공이 되어야할 한국 선수단에 대한 관심은 뒷전으로 밀렸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남북 단일 선수팀 구성, 개막식 공동 입장, 북한 예술단 공연 등의 이슈가 제기됐고 언론과 세간의 관심을 자연스레 그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경기장이나 주변 시설, 교통편, 숙박 시설 등을 최종 점검해야할 정부와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의 관심은 온통 북에만 쏠려 있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체제 선전의 도구로 활용하려고 하고 있다는 우려가 괜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올림픽이 탄생한 그리스에서는 경기가 열리는 동안 전쟁이 중단됐다. 전쟁중이라도 올림픽 경기중에는 싸움을 멈추고 휴전이 이루어졌다. 올림픽이 평화의 상징이 된 것도 이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북한이 대화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 과연 진정 평화를 위한 것인지 전세계인들은 의구심어린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북의 의도가 올림픽을 빙자해 핵개발을 위한 시간을 벌려는 것이라면 지금 겉으로 보이는 평화는 눈속임일 뿐이다.

해외에서도 우려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AP통신의 스포츠 컬럼리스트인 존 레스터는 지난달 중순 '김정은이 올림픽을 챔피언처럼 행동하고 있다'라는 글에서 "예술단과 응원단을 파견함으로서 북한은 2주일이 넘는 기간 동안 핵전력 증강으로부터 세계의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릴 수 있다"며 "북한으로서는 손해볼 것이 없는 거래"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올림픽 이후가 걱정"이라는 국민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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