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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조희진 검사장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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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용진 기자]2016년 4월 당시 의정부지검장이던 조희진 검사장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일선 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부임한 그를 취재하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있는 자리 임이 분명했다.

고위 공직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검사장이라는 자리도 아무나 오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검사장을 검찰의 꽃이자 별이라고 부르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쟁쟁한 실력과 두뇌는 기본이고 물론 엄청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적어도 25년 이상 검찰에 봉직하며 수사력은 물론 성실성과 친화력, 판단력을 두루 갖추어야 오를 수 있는 자리다.
그런 검사장을 인터뷰하는 것은 기자에게도 긴장되는 일임에 분명하다. 그날 도 단어 하나하나에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조 검사장과의 인터뷰는 유달리 편안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다소 무서워 보이는 인상과 달리 충분히 속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여성 검사들 사이에서는 큰 언니로, 남성 검사들 사이에서는 큰 누님으로 불리는 이유가 있었다.

많은 이야기 끝에 여성으로서 직장생활을 하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물어 볼 수 있었다. 조 검사장 역시 여성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했던 육아와 가사, 시댁과의 관계 등 보통의 워킹맘과 다름없는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검사님들은 적어도 직장 내 성폭력에 노출되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한참 이야기를 듣던 기자가 직격탄을 날렸다. 왜 그 질문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아무리 힘들어도 검사인데 너무 앓는 소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싶다.

순간 조 검사장의 얼굴이 살짝 굳어지는 듯 했다. 그리고 그 다음 전혀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글쎄요. 그럴까요?”

예상밖의 대답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 조 검사장은 마치 쐐기를 박듯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
“여기자들은 어때요?”

그날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를 전제로 제법 묵직한 이야기가 오갔다. 누구라고 특정을 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서지현 검사와 임은정 검사의 폭로로 알려진 사실들과 동일한 내용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성 1호 검사장으로 그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는 이야기도 했다.

“여성 검사들도 똑같은 고충이 있습니다. 다만, 검사니까 다른 방식으로 풀어보려고 노력할 뿐이지요”

얼마 전 조 검사장은 ‘검찰 내 성추행 사건 진상조사단’ 단장에 임명됐다. 임명되자 마자 임은정 검사로부터 사퇴요구를 받았다 한다. 조 검사장 역시 사건의 은폐에 가담했다는 것이 이유다.
입이 좀 거친 이들은 '생물학적으로만 여성'이라고 비아냥거리기 까지 하는 모양이다.

그가 어떤 방식으로 일했는지 그리고 그 방식이 과연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는 비판이 있을 수 밖에 없겠다. 하지만, 최소한 내 기억으로는 조 검사장이 검찰 내 성폭력 사건들을 은폐하려고 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조 검사장에게는 낙인 같은 것이 찍혀져 버린 듯 하다.

세간의 오해로 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길은 단 하나 뿐인 것 같다. 부디 조 검사장이 '여성 1호'라는 이름과 명예, 그리고 내 기억과 어긋나지 않게 '수사로 말해' 주길 바랄 뿐이다.




장용진 기자 ohngbear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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