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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국민청원 10만건 넘어…대국민 소통창구면서 국정운영 비판 부메랑 되기도

최종수정 2018.02.02 14:42 기사입력 2018.02.0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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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권한 넘어선 청원에 답변 고민 깊어
가상화폐통화 반대 청원에는 보름 넘도록 답변 고심 중
문 대통령 "당장 해결할 수 없어도 장기적으로는 법제 개선할 때 참고될 것" 긍정평가


靑 국민청원 10만건 넘어…대국민 소통창구면서 국정운영 비판 부메랑 되기도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 게시판을 만든 것은 국민들이 어떤 의견이든 표출할 곳이 필요하다는 고민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시행 5개월여가 지난 현재 국민청원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대국민 소통 창구 역할을 하며 참여 민주주의를 이끌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취지에서 벗어난 국민청원이 쏟아져 국정운영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지난해 8월19일 국민청원이 시행된 이후 국민들은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청와대도 국민청원 글이 게시된 지 30일 이내에 20만명이 동참하면 관련 수석·비서관이나 부처에서 어떤 식으로든 답변을 내놓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현재까지 20만명이 참여한 국민청원은 10개를 기록 중이다. 청와대는 시행 초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답변했다.

문 대통령도 반색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2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청원을 언급하며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청원이라도 장기적으로 법제를 개선할 때 참고가 될 것"이라며 "어떤 의견이든 참여인원이 기준을 넘은 청원들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각 부처에서 성의 있게 답변해 주시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국민청원 1~3호 답변자로 나섰다. 29만6330명이 참여한 '청소년보호법을 폐지' 청원에선 조 수석과 김수현 사회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대담하는 형식을 갖췄다. 하지만 관련 법을 폐지하는 건 청와대의 권한을 벗어난 일인 데다 유지 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청와대의 답변도 청소년보호법 유지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내용에 가까웠다.

청와대는 지금까지 '낙태죄 폐지'(23만5372명), '주취감형 폐지'(21만6774명), '조두순 출소 반대'(61만5354명), '권역외상센터 지원'(28만1985명), '전기생활용품안전관리법(전안법) 개정 또는 폐지'(25만5554명) 등 총 6개의 국민청원에 대해 답했다. 이 가운데 전안법은 이미 국회서 관련 법이 통과됐고 권역외상센터 지원도 관련 예상이 확대 편성돼 정부가 계획을 수립 중이었다. 조두순 출소 반대 등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이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해 12월6일 청와대 페이스북 라이브 프로인 '11시 5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해 "조두순에 대해 무기징역으로 처벌을 강화해 달라는 재심 청구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유튜브 캡처=연합뉴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해 12월6일 청와대 페이스북 라이브 프로인 '11시 5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해 "조두순에 대해 무기징역으로 처벌을 강화해 달라는 재심 청구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유튜브 캡처=연합뉴스]



청와대 국민청원이 10만건를 넘어서면서 부작용도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답변을 내놓지 못하는 국민청원이 쌓이고 있다. 청와대 업무 범위를 벗어난 경우가 다수 포함됐다. '나경원 의원 평창올림픽 위원직을 파면시켜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대표적이다. 청와대는 올림픽 위원 자격 박탈 권한을 갖고 있지 않은 데다 야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곤혹스런 입장이다.

연초부터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상통화 규제 반대' 국민청원은 문재인정부 정책 혼선을 촉발시켰다. 지난달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관련 발언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반대 청원에 불이 붙었고, 청와대가 나서서 입장을 번복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지난달 27일 '가상통화 규제 반대' 국민청원 기간은 종료됐지만 청와대는 아직 공식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구조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입법부, 사법부는 물론 행정부 자체도 무력화한다고 지적한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3권 분립 원칙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특히 문 대통령이 공언한 '책임 장관' 제도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빠른 결정과 집행이 이뤄진다는 장점도 있지만 청와대가 개별 사안에 관여하면 부처에선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절차가 무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재인정부 지지층으로 편향된 여론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야당 의원은 어김없이 국민청원 게시판에 관련 글이 게시되고 문재인정부 지지자들이 적극 동참하고 있다. 국민청원 게시판을 직접 민주주의 창구로 삼는 것에 대해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 토론회에서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청원에서는 어떤 이해집단은 과다 대표되고, 어떤 집단은 과소 대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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