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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한달]임금 올라도 납품단가 요지부동…을의 한숨 더 길어졌다

최종수정 2018.01.29 08:20 기사입력 2018.01.29 08:00

안산도금단지 내 근로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도금업은 다품종 소량생산 구조다 보니 자동화공정 도입이 어렵다. 부품 하역부터 도금 과정에서의 약품 처리, 수처리, 불량품 검사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과정에 근로자 일손을 필요로 한다
안산도금단지 내 근로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도금업은 다품종 소량생산 구조다 보니 자동화공정 도입이 어렵다. 부품 하역부터 도금 과정에서의 약품 처리, 수처리, 불량품 검사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과정에 근로자 일손을 필요로 한다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원청업체 납품 기일 등에 맞춰 일하다보니 주말·야간 작업을 하기 부지기수에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기본급, 주말수당 등이 연달아 올라 인건비 부담이 20% 인상으로 늘었죠. 연간 5억원가 추가 부담액으로 예상되는데 1년 영업이익을 웃도는 수준입니다."

A 도금업체 대표는 이렇게 밝혔다. 도금업은 자동차·전자 부품 원청기업에 크기 2~3cm인 작은 볼트·너트부터 완성차 회사의 엠블럼이 새겨진 휠캡까지 도금처리해 납품한다. 부품 하역부터 도금 과정에서의 약품 처리, 수처리, 불량품 검사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과정에서 근로자 일손을 필요로 한다. 다품종 소량생산 구조다 보니 자동화공정 도입이 어렵고 납품단가는 도금처리 부품 한 개당 10원에서 1000원 안팎에 매여 있다.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인상된 지 한 달. 노동집약형 뿌리산업(제조업의 기반이 되는 6개 기술 산업) 중 하나인 도금업체 대표들은 우려를 현실로 체감하고 있었다. A 업체 대표는 "도금업은 하청구조 속에서 가장 아랫단계의 업종"이라며 "4~5차 협력사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임금상승에 따라 납품 단가를 올리는 일은 요원하다"라고 하소연했다. 근로자가 많이 필요한 도급업체들은 종업인 수가 30인을 넘어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에서도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다.

직접 작업현장에 뛰어든 기업인도 있다. B 도금업체 대표는 "근로자 1인당 인건비가 아무리 올라도 사람을 구하기도, 자동화설비 도입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하기도 힘든 것이 도금 중소기업의 현실“이라며 "직접 발로 뛸 수밖에 없어 지난달부터 제품 검사 작업에 직접 뛰어들었다"고 했다.
실제 하도급 거래 관계에서 납품 단가를 올리는 일은 쉽지 않다. 경쟁 업체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납품단가를 올려달라는 요구는 거래처 손실로 이어지는 것이 중소 협력사들의 현실이다. 오히려 원청 업체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이 하도급 납품단가를 낮추는데 영향을 줬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김혜정 충남연구원 연구원은 '위탁대기업과 협력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확대 영향요인'이란 논문을 통해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이 오르면 납품생산물 구매비용이 하락하고, 이는 납품단가를 낮춰 결국 협력 중소기업의 상대임금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를 밝혔다. 일부 대기업 노동조합의 지나친 임금인상 요구 역시 이런 구조를 공고화하는 데 기여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또한 2016년 '하도급 공정거래와 대ㆍ중소기업 격차 완화' 자료를 통해 대ㆍ중소기업의 임금격차 문제의 근본적 해법은 원ㆍ하청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에 있다고 지적했다. KDI에 따르면 원청 대기업 A사 근로자가 B사 근로자보다 평균 연봉을 100만원 더 받는다고 했을 때, A사 하도급업체의 임금은 B사 하도급업체보다 겨우 6700원 더 많았다. 원청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더라도 하도급업체에게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증거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이전에 이런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 관계 개선이 앞서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대책으로 내놓은 일자리 안정자금도 영세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은 사각지대가 커 '무용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광주광역시가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과 관련 무등시장 현장조사를 한 결과 영세 상인들은 가족운영이 대부분이라 실질적 효과를 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무등시장 상인회 소속 54개 업체 중 가족운영이 대부분이었고 4대보험 가입 사업장은 2~3개소에 그쳤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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