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또 한 번의 붕괴를 겪게 될 것이다." "모든 시장지표가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의 위기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내로라하는 전 세계 석학ㆍ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인 스위스 다보스에서 글로벌 경제를 둘러싼 경고음이 쏟아졌다. 금융위기 이후 약 10년간 누적된 과도한 유동성과 자산버블, 금융 불균형이 조만간 터질 시점이 됐다는 평가다. 최근의 주식시장 과열이 위기 직전인 2006년 상황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그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인 증시와 사상 최저치에 가까운 변동성의 조합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너무 많은 기업들이 부채와 저금리에 의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마이클 코뱃 시티그룹 CEO 역시 "투자자들이 무감각해지고 있다"며 "다음 조정은 파괴적인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발언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4%에 육박할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이 발표된 직후에 나와 눈길을 끈다. 올해 전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나타내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냐는 장밋빛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경고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금리가 오르게 되면 주식시장이 붕괴할 수 있고 비트코인, 미술작품 등 다양한 자산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성장이 저조한 국가들이나 이탈리아 등 부채가 많은 국가들이 고통을 겪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반해 다음 금융위기에 맞설 탄약은 마땅치 않다는 평가다. 스테일리 CEO는 "4%에 육박하는 경제성장률 전망은 지금 경제적으로 꽤 괜찮은 위치로 보이게 하지만 여전히 (세계 경제는) 불황에 따른 통화정책에 의존 중"이라며 "금리변화에 대처할 자본시장의 수용력은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M&G인베스트먼트의 앤 리처즈 CEO 역시 "일어날 수 있는 위기들에 대처할 도구가 적다"고 동의했다. 리먼 쇼크 이후 금융규제가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등 부실채권 문제는 여전하고 신흥국의 부채 비율도 높은 상태다. 이 상태에서 버블이 꺼질 경우 채무불이행(디폴트) 리스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전 국제결제은행(BIS) 경제자문인 윌리엄 화이트는 "모든 시장지표가 리먼 사태 이전과 매우 유사하다"며 "하지만 당시 얻은 교훈은 잊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경제지인 시티AM은 "금융계 전반에 걸쳐 위험이 증대하고 있다는 우려는 커져만 가고 있다"며 "금융위기가 시작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금리는 최저 수준인 반면, 중앙은행들은 양적완화로 부풀려진 대차대조표를 이전 수준으로 돌리는 것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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