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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생명이야기]<81>위생가설이 말해주는 앨러지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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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한양대 겸임교수

김재호 한양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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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러지 환자는 대단히 많지만, 세균 질환과 달리 전염되지 않고, 치명적이지 않으므로 앨러지가 주는 두려움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25만 명(전 세계 사망자의 0.4%수준)의 천식 환자가 조기 사망한다고 하는데, 앨러지의 종류가 많아 앨러지 전체 사망자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앨러지에는 눈여겨 볼 부분이 있다. 환자 수가 많고 증가 추세에 있으며, 고통으로 삶의 질이 매우 낮은 사람이 적지 않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대부분의 감염성 질환은 줄어들지만, 앨러지 환자는 오히려 늘고 있다. 그런데 예방이나 근본적인 치유는 못하고, 개인별 앨러지 항원을 찾아내 차단하거나 약물을 사용하는 증세 완화 치료에 머무르고 있다.
앨러지의 예방을 위해서는 원인을 알아야 하는데, 유전이 앨러지 원인이라는 주장은 앨러지 예방에 도움이 안되기 때문에 앨러지 원인으로 관심을 끄는 것은 위생가설이다. 위생가설은 천식과 앨러지성 비염이 20세기에 급증한 원인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사회가 산업화되면서 대가족이 소가족으로 바뀜에 따라 어렸을 때 감염에 적게 노출된 것을 앨러지 원인으로 지적했다.

사례연구가 늘어나면서 위생가설은 두 앨러지에서 여러 앨러지와 자가면역질환까지 확대됐으며, 이러한 질병은 개발도상국보다는 선진국에서 많이 발병하고, 사회가 발전할수록 환자가 늘어나는 점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이민 갈 때 늘어나는 점을 ‘위생적으로 깨끗해짐에 따라 환자가 늘어나는 현상’으로 설명하는 가설로 발전했다.

면역학에서는 위생가설을 면역세포의 불균형으로 설명한다. 면역세포의 일종인 T세포에는 세균을 죽이는 역할을 하는 살해 T세포와 다른 면역세포의 활동을 도와주는 조력 T세포, 면역세포의 활동을 억제하는 조절 T세포 등 여러 종류가 있으며, 조력 T세포에는 1형 조력 T세포(Th1)와 2형 조력 T세포(Th2)가 있다.
Th1과 Th2는 서로 억제하는 성향이 있어서 Th1에 대한 자극이 부족하면 Th2가 지나치게 활성화돼 항체의 형성을 자극, 앨러지 질환을 일으킨다. 대가족, 세균감염, 시골생활, 동물접촉 등은 Th1을 활성화시키며, 서구식 생활방식과 식습관, 도시환경, 항생제 사용, 먼지 진드기나 바퀴벌레에 대한 민감한 반응 등은 Th2를 활성화시키는 요소들이다.

위생가설은 앨러지 비염, 천식, 결막염, 벌독 앨러지 등 일부 앨러지를 치료하는 면역요법에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주사나 알약 또는 물약을 사용해 앨러지의 원인이 되는 항원을 낮은 농도부터 소량씩 반복 투여, 원인 항원에 대한 감수성을 약화시켜 증상을 호전시키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위생가설은 완벽하게 검증된 법칙은 아니며, 비판하는 의견도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가설에 머무르고 있다. 그렇지만, 위생가설은 Th1을 활성화시키는 환경과 Th2를 활성화시키는 환경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는 것이 면역세포가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Th1과 Th2 사이에 지나친 불균형이 존재한다면, 개선하는 것이 앨러지를 예방하는 현명한 길이다.

Th1을 활성화시키는 서구식 생활방식과 식습관, 도시환경, 항생제 사용을 줄이고, Th2를 활성화시키는 대가족, 시골생활, 동물접촉 등을 늘려 면역세포의 활동환경을 개선하고, 나아가 ‘생명스위치를 켜는 친생명적인 생활(생명이야기 68편 참조)’로 최상의 면역력을 유지하면, 면역세포가 우리 몸을 안전하게 지켜 줄 것이다.

김재호 한양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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