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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중고' 위기를 맞은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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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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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완주 정치사회 담당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석론'이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위기를 맞고 있다.

북미관계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북한은 연일 한미 양국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이는 상황이다. 국내적으로는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해 지지율마저 하락세로 돌아섰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석론이 '삼중고(三重苦)'를 겪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22일 오후 수석ㆍ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발언을 통해 "지금의 대화 분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아무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그러나 만약 그것(평창올림픽 성공 개최)만으로 끝난다면 그 후에 우리가 겪게 될 외교안보상의 어려움은 가늠하기가 어려울 것이고 또 다시 대화의 계기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평창올림픽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이 북미대화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한반도 상황이 다시 위기감에 빠져들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문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처음 발언에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 구축의 길을 여는 소중한 기회를 맞고 있다"며 "이 시기에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남과 북을 마주앉을 수 있게 만들어준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모처럼 맞이한 남북대화의 장이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대화가 미국과 북한 사이의 대화로이어지게 하고 다양한 대화로 발전하게 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대화가 북미대화로 연결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위기의식은 평창올림픽 기간에 획기적인 북미대화의 진전이 없을 경우 4월부터 한미 연합훈련을 재개할 수밖에 없다는 데서 출발한다. 한미 연합훈련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경우 이에 반발한 북한은 추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위기감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북한은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매체를 통해 한미 양국을 향한 비난 공세를 연일 펼치고 있다. 북한은 특히 미국 주도로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린 20개국 외교장관회의를 놓고 한미 양국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표명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2일 "북과 남이 민족의 대사를 잘 치르기 위한 대화를 하고 있는 때에 남조선 당국이 동족을 해치기 위한 국제적 음모에 가담한 것은 절대로 용서받지 못한다"고 비난했다.

중앙통신은 이날 '파멸의 운명을 공약한 수치스러운 광대극'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20개국 외교장관회의에 대해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벌려놓은 이번 놀음은 나라의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온 겨레의 지향과 염원에 역행하고 지역 정세를 격화시키려는 용납 못할 도발 행위"라면서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전날 논설에서 밴쿠버 외교장관회의를 맹비난하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회의 참석을 놓고 "남조선 당국이 동족을 해치기 위한 국제적 음모에 가담한 것은 절대로 묵과할 수 없다"고 공세를 펼쳤다.

또 북한의 대남선전용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제정신으로 북남관계 개선에 임해야 한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우리 정부가 남북대화 과정을 미국에 설명한 것을 거론하면서 공세의 고삐를 바짝 당겼다.

이 매체는 "북남관계 문제를 외부에 들고 다녀야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남조선 당국은 모처럼 마련된 현 국면을 적극 살려 나가기 위해 처신을 바로 하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에 대한 위협성 발언을 이어간 것이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남북대화의 어려움을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문 대통령은 "남과 북이 함께 역지사지해 나가면서 차근차근 극복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북한의 정치적 비난 공세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국내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도 감안해 국민과 정치권, 언론 등을 향해 초당파적 지지를 호소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금 같은 기회를 다시 만들기 어려운 만큼 국민께서는 마치 바람 앞에 촛불을 지키듯이 대화를 지키고 키우는 데 힘을 모아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또 "정치권과 언론도, 적어도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일만큼은 힘을 모아주시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이 '2030세대'의 공정성 논란을 부추겨 결과적으로 70%를 오르내리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60%대 중반으로 급격히 하락하는 데 따른 위기감의 발로였다.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15∼19일 전국 성인 남녀 25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0% 포인트)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지난주보다 4.6% 포인트 하락한 66.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9월 3주차에 65.6%를 기록했던 지지율 최저치에 육박한 수준이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로 평화적인 올림픽 개최와 흥행 성공을 기대한 상황이 오히려 문 대통령에게 지지율 하락의 부메랑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칫 지지율 하락세가 본격적인 조정기를 접어드는 신호탄으로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올 만 하다.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에 대한 과도한 의전논란도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현 단장 일행이 혹시나 불편을 겪을 것에 대비해 일반 시민은 물론 언론과도 철저한 격리에만 신경을 썼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전점검단의 동선을 놓고서도 취재가 대부분 제한돼 통일부 기자단의 불만을 샀다. 시설점검의 생생한 현장을 담지 못한 언론이 현 단장을 중심으로 한 신변잡기식 보도에만 치중하게 되는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정부가 기대했던 만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따라오지 못한 부분은 문재인 정부에 상당히 아픈 부분이다. 핵심 지지층의 이탈이 남남갈등으로 확산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어떤 형태로든 진화를 해야 할 상황인 셈이다. 전날 문 대통령의 발언은 그래서 위기감이 돌 수밖에 없었다.




정완주 정치사회 담당 선임기자 wjch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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