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최근 강남 집값 잡기 대책이 정책 시행 후 현장을 살펴보다 문제점이 드러나면 보완 절차를 밟는 최저임금 정책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연초부터 강남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잇단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시장은 오히려 강남 집값 상승의 부메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는 재건축 허용연한 강화와 안전진단 강화는 강남 쪽에 반사이익을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는 117곳이다. 강남구, 서초구, 강동구 등 '강남3구'는 76곳으로 65%에 이른다. 이들 지역 대부분은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이른바 '강남 재건축 3대장'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는 준공 40년을 대부분 채워 안전진단, 구역지정, 조합설립인가 등을 마무리한 상태다. 정부가 재건축 허용 연한을 강화하거나 안전진단을 강화해도 재건축 사업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부가 실제로 재건축 연한을 현재의 30년에서 40년으로 조정할 경우 40년 이상 지난 아파트 단지의 희소성 부각으로 몸값은 더욱 뛸 것으로 보인다. 1978년 건축한 서울 잠실주공5단지는 올해 40년을 맞는데 현지 부동산중개업소 쪽에서는 재건축 연한이 강화되면 가격이 더 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준공한지 40년이 지났고 안전진단도 통과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등 주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은 최근 희소성이 부각돼 호가가 치솟고 있다. 일부에서는 내놓았던 매물을 거둬들이는 집주인도 나왔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 등 '강남4구' 재건축부담금 시물레이션 결과 평균 4억3900만원, 최고 8억4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재건축 부담금 산정을 위한 기초 자료를 예정된 기간 내에 제출하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 규정은 없다는 점에서 '5월 청구서'는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재초환 적용 사업장 다수는 부담금 산정에 필요한 자료 제출을 주저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가 재초환이라는 칼날을 꺼내든 상황에서 '시범케이스'가 되지 않고자 눈치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강남권의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굳이 3개월 내 부담금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면 괜히 긁어부스럼을 만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률에는 기한 내 제출하도록 돼 있지만 이를 넘기더라도 특별히 가해지는 제재조항은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정부의 잇단 대책이 강남 집값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재건축 연한 연장과 안전진단 강화 정책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공급의 희소성만 부각돼 특정 구역을 중심으로 오히려 집값이 상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3000원 샤넬밤'도 품절대란…다이소 "다음 대박템...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