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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사 복직하면 다음날 계약 해지"…서글픈 '기간제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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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땐 월급 안주려 11개월 쪼개기 계약
동일 연차 동일 평가등급도 성과급은 절반 수준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 전남의 한 학교에서 시간제 기간제교사로 근무중인 A씨는 매일 1시간 이상 수당도 받지 않고 초과 근무를 한다. A씨의 계약서에는 오전 9시 출근, 4시 퇴근이 명시돼 있지만 오후 5시에 하는 교무회의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종종 부장교사의 수업시수를 떠맡기도 한다. A씨의 계약 형태는 방학을 제외한 9개월 짜리, 일명 '쪼개기 계약'이다.
# 경기도 지역 기간제교사들 가운데 같은 학교에서 4년째 근무중인 교사들은 최근 학교 측으로부터 더 이상 계약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고 있다. 그동안 매년 계약서를 다시 쓰면서도 한 학교에서 4년을 넘게 근무해 온 기간제교사들이 적지 않지만 최근 도교육청이 계약제 교원 임용 기간 운영지침을 변경하면서 4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교사는 신규 채용에 응시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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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기간제노조)이 지난 19일 발표한 '기간제교사 차별 및 고용불안 실태 보고서'에는 이처럼 기간제교사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사례들이 담겼다.

기간제교사들은 학교 현장에서 겪는 차별 중 가장 해결이 시급한 문제로 쪼개기 계약을 꼽았다. 지난해 11월20일부터 12월12일까지 전국 기간제교사 9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중복응답 허용), 무려 52.8%(475명)가 '쪼개기 계약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답했다.
쪼개기 계약을 할 경우 기간제교사는 정교사와 똑같이 한 학기 또는 1년간 일하더라도 방학 기간 동안 급여를 받지 못한다. 기간제노조는 "일선 학교들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방학 기간에도 임용하고 보수를 줄 수 있다'는 각 교육청의 계약제 운영지침 가운데 '특별한 사정'을 임의로 해석해 쪼개기 계약을 맺는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휴직자가 예정보다 빨리 복직할 경우 계약서에 명시된 임용 기간과 상관 없이 해직되기도 한다. 중학교 3학년 담임을 맡았던 기간제교사 B씨는 외국에 파견됐던 정교사가 12월 말 귀국해 복직하면서 학생들의 졸업식도 보지 못하고 계약 해지를 당하기도 했다.

기간제교사들은 쪼개기 계약 외에도 '기피업무나 과중업무 분장(33.9%·305명)'과 '성과급 지급 표준 호봉 차별(31.4%·283명)', '계약서 작성시 호봉 고정(30.4%·274명)', '방학 중 출근 요구(25%·225명)' 등을 심각한 차별로 꼽았다.

일례로 기간제교사 C씨는 다른 교사들이 꺼리는 학생생활지도부 업무를 6년 넘게 담당해 왔는데, 이 학교 교감은 다른 학교로 전근 가면서 C씨를 함께 데리고 가 새 학교에서도 학생생활지도부를 맡기려 하기도 했다.

특히 유사한 업무를 하는데도 정교사와 기간제교사 간의 성과급 차이는 2배 가까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정교사 성과급은 교사 평가 결과 최고 등급(S등급)을 받은 이를 기준으로 457만7050원이었던 반면 같은 등급인 기간제교사는 270만8020원 가량이었다는 게 기간제노조 측의 설명이다.

이밖에 학교 홈페이지에 기간제교사 채용 공고를 내거나 심지어는 교원 명단에 따로 표시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기간제교사임을 알 수 있도록 하는 차별도 있었다.

기간제노조는 "교육부가 기간제교사를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처우 개선을 하겠다고 했지만 각종 차별과 고용불안 중 무엇 하나 고쳐진 것이 없다"며 "교육부는 즉각 차별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교육부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는 지난해 9월 교육분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기간제교사를 전환 대상에서 배제하는 대신 기간제교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국·공립학교 기간제교사는 총 3만2734명이었다. 여기에 사립학교까지 더하면 기간제교사는 4만6000명으로, 전체 교사의 10%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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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기간제교사들의 모임인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는 이달 초 노조로 전환을 결정하고 규약 제정과 위원장 선출 등 노조 설립에 필요한 절차를 마쳤다.

이들은 "정부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시행하고 교육계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학교 현장에 기간제교사 제도가 정착됐다"며 "정교사와 똑같은 시간, 똑같은 일을 하지만 임금과 복지 등 처우에서 차별을 겪고 있어 이를 시정하고자 노조를 결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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