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에 기댄 낡은 리어카
간신히 서 있다. 홀로 살아온
슬레이트 집 앞에서
며칠째 양철 대문을 두드린다
전화벨도 울리지 않는다
문틈으로 보이는 앞마당
언제부터일까, 대야의
배추가 썩어 가고, 항아리 뚜껑에 쌓인
소금이 검게 변해 간다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그릇들
그늘에 잠겨 대답이 없다
활짝 피어 있는 하얀 민들레.
■슬레이트 지붕을 따라 도란도란 떨어지던 낙숫물들을 헤아리던 파란 양철 대문 집, 마당은 깊어 동네 아이들과 하루 종일 숨바꼭질을 하고도 지는 해가 아쉽기만 하던 집, 할머니가 종일 엿물을 고면 그 달큰한 내에 온통 나른해지던 집, 내가 살던 집,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는 집, 딱지치기 대왕 앞집 종수 형도 소꿉놀이하던 건넛집 혜선이도 모두들 어디론가 훌훌 날아가고 저 혼자 "그늘에 잠겨 대답이 없"는 집, 자꾸 무너져 "곰삭아 가는" 집. 그러나 놀라워라. "마당 한구석" 가득 "하얀 민들레"들을 다시 품어 모셔 두고 볕 바른 날 또 아무런 미련 없이 떠나보내는 집. 그렇게 "홀로 살아"오고 살아가는 집.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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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려고 맞았는데 아이가 생겼어요"…난리난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