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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정부는 거꾸로 법인세↑…"부럽다 애플" 기업들의 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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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법인세율 역전 걱정에 정부는 "기업들 엄살"
한경연 "국내 GDP 손실 연 평균 1.7% 달할 것" 우려
준조세 논란·노동정책 등도 문제…재계 "기업에 대한 인식 바꿔야"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지난 2015년 12월 미국 방송사 CBS의 간판 프로그램 '60분'의 인터뷰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등장했다. 애플이 내야 할 세금을 안내고 해외로 사업을 돌려 납세 의무를 회피한다는 의혹에 대 직접 해명하기 위해서였다.
CBS의 앵커 찰리 로즈는 "애플은 미국 기업 중 해외에 가장 많은 자산을 두고 있는 회사"라며 "왜 그 자산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는가?"라고 질문했다. 팀 쿡은 "나도 그러고 싶지만 자산을 미국으로 들여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면서 "40%의 세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인데 이는 미국이 산업화 시대에 맞춰 만든 세법을 디지털 시대에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후진적이고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세법"이라며 "몇년전에 이미 개정했어야 됐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연말 미국 의회는 마침내 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인세율을 기존 35%에서 21%로 낮추고 해외 보유 현금을 송환할 경우 한시적으로 세율 15.5%를 적용시키기로 했다. 애플은 해외 보유중인 현금 대부분을 미국으로 들여오는데 합의하고 약 380억 달러의 세금을 내기로 했다.
◆우리 기업들 "부럽다 애플"= 기업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세법 개정에 나선 미국 정부, 약속을 지킨 애플을 바라보는 우리 재계는 착잡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미국과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의 법인세 역전이 가져올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여러 차례 보고서도 내고 정부에 건의도 해봤지만, "기업이 엄살만 부린다"는 정부와 정치권의 시각은 조금도 바뀌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애플이 한 주장을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 글로벌 기업들이 했다면 변명이라며 비난만 받았을 것"이라며 "한미 법인세 역전 문제, 친노동정책 등에 기업들의 목소리는 '엄살'로 치부되고 먼저 양보 해야 한다는 상황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돈 기업 몰리는 미국, 내보내는 한국= 우리 정부관계자들은 "규제를 없앨테니 기업들이 투자와 일자리를 늘려달라"고 주문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미국이 법인세를 낮춘 데 반해 올해 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은 22%에서 25%로 올라갔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과세표준 3000억원 이상인 77개 기업(지난해 기준)은 올해 2조3000억원 이상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저임금도 올랐고, 친노동정책의 강도는 더 강해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한국과 미국의 법인세율 역전로 인해 우리나라의 GDP 손실은 연평균 1.7%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는 4.9%, 고용은 10만5000명의 감소, 무역적자는 8조9000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를 해외로 돌리는 것이 사업에 더 유리하다.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국내 투자 비중을 줄이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결국 자본의 유출이 심화되며 GDP가 하락하게 된다. 연간 약 30조원의 GDP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미국은 4차산업혁명의 영향에 법인세율까지 낮아지며 향후 10년간 연평균 투자 규모가 13.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까지 더하면 미국 제조업의 유턴, 해외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 현지 투자가 집중될 수 밖에 없다. 당장 삼성전자, LG전자는 '세이프가드' 조치 이후로 미국내 세탁기 생산공장 가동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제계 "더 늦기전에 인식 바꿔야"= 연초 경제단체장들은 신녀사에서 일제히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마련돼야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이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제조업과 반도체, 서비스산업, 4차 산업혁명 등 모든 산업에서 우리 경쟁력을 잃고 있으며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일어날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요즘 정책을 보면 국내서 투자와 일자리를 늘릴 이유가 있는지 묻고 싶다"며 "그나마 글로벌 각국에 생산기지를 갖고 있는 대기업들은 국가별 사업 비중을 조절하며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지만 아직 글로벌화 하지 못한 기업들은 생존에 위협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경엽 한경영 선임연구위원은 "법인세율 인상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당장 세율을 인하하기는 어렵지만 법인세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세제개편을 서둘러야 한다"면서 "투자ㆍ상생협력촉진세 폐지, R&D 투자세액공제 확대, 외국배당소득에 대한 과세조건 완화, 최저한세제 폐지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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