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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시 희망上]붕어빵에 붕어 없듯 '희망퇴직'에 '희망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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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클ㆍSES에 열광하던 세대도 희망퇴직 대열에 합류

[그래도 다시 희망上]붕어빵에 붕어 없듯 '희망퇴직'에 '희망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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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황금개띠'의 해라는 2018년. '58년 개띠'로 통하는 베이비붐 중앙세대인 이들이 환갑으로 정년을 맞아 대거 임금근로자의 지위에서 물러나는 해이기도 하다. 올해 마지막 임금을 받게 되는 '58년 개띠'는 올해 약 34만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환갑 정년'은 상당수 직장인들에게 '꿈'같은 일일 뿐이다. 이미 1960년대 후반∼1970년대 후반 출생자들이 조기퇴직 대열에 속속 오르고 있다. 회사는 '희망퇴직'이라는 용어를 쓰지만 직장 울타리를 떠난 이들의 생활에서 '희망'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에 아시아경제는 희망퇴직자의 삶을 재조명하기 위해 3회에 걸쳐 '그래도 다시 희망'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40대 중반 나이에 희망퇴직한 제 하루 일과는 올해 8살과 5살이 된 두 아이의 유치원, 어린이집 등원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꽤 괜찮은 사립대 공대를 졸업했고 재작년 말까지 이름만 대면 알만한 S그룹에 다녔습니다. 마침 1년 반치 급여를 희망퇴직 위로금으로 준다기에 어렵게 결단했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만 크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몇년 더 버티기 어렵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아내가 자영업을 하기에 가능한 결정이기도 했습니다. 외벌이를 하고 있던 주변 친구들은 점점 '좀비'가 되어 가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저는 대기업에 다닌 덕에 위로금도 받았지만 중소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은 위로금 한푼 없이 쫓겨난다고 하더라고요. 아빠가 집에 있는 걸 아이들도 의아해하지는 않습니다. 아직 어려서겠지요. 전문자격증도 있고, 나름 구상해 놓은 일도 있지만 그렇다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없는 건 아닙니다."
직장인들에게 가장 두려운 건 의도치 않은 '실직'이다. 조직 슬림화, 경영 합리화, 인력구조 개선 등 그럴싸한 용어 뒤에는 엄혹한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희망퇴직'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건 1995년 무렵이다. 1995년 5월 공기업이던 한국통신(현 KT)은 국내기업 사상 최대 규모인 5000여명의 직원을 구조조정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접수받았다. 이때 부장급 이상 간부 60여명을 포함해 총 3213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조직슬림화, 인력구조 개선이라는 명목이었다.

당시 대상은 근속 기간 20년 이상이었다. KT의 매출은 20여년 전보다 4배 가량 늘었지만 직원 숫자는 6만1000여명에서 2만3000여명으로 4만명 가까이 줄었다. 용어조차 생소했던 희망퇴직이 본격화된 건 외환위기의 여파가 한창이던 1998년이었다.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계와 기계업계 등 대형 사업장이 주를 이뤘다.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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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나 노동조합이 있는 곳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이 그다지 명예롭지 못하거나 희망적이지 않은 결과를 내는 경우를 주변에서 흔하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안산의 한 중소기업에서 석달 치 월급을 받고 희망퇴직한 이충현(가명ㆍ47)씨는 "밤잠을 설칠 때가 많다"고 했다. 이씨와 그의 아내는 고교생 딸에게 아직 아빠의 실직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희망퇴직 연령대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NH농협은행은 10년 이상 근무한 40세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을 받아 이달 초 530여명을 퇴직시켰다. 신한은행 역시 근속연수 15년 이상, 1978년 이전에 태어난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달 초 희망퇴직 신청자를 접수받았다. 걸그룹의 효시인 핑클과 SES에 열광하던 세대들이 벌써 희망퇴직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2년전 A카드사에서 24개월치 급여를 받고 희망퇴직 한 1969년생 이모씨는 재취업에 실패해 작년 말부터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는 처지다. 그는 "한국의 노동경직성이 이렇게까지 심한 줄 몰랐다"며 "노동유연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희망퇴직'은 '절망퇴직'일 뿐"이라고 한숨지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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