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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의수다] 할머니의 편지, 행간마다 읽히는 사랑

최종수정 2018.01.12 11:35 기사입력 2018.01.12 11:35

시인 할머니와 중학생 손자가 주고받은 365편 '행복 편지'

[책과의수다] 할머니의 편지, 행간마다 읽히는 사랑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이런 게 바로 '내리사랑'의 힘일까? 일흔이 넘은 할머니 시인은 어린 시절 오라버니에게 선물로 받았던 톨스토이의 '인생독본(人生讀本)'과 같은 책을 손주에게 물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2008년 한해 동안 매일매일 일기를 쓰듯 손주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편지로 써내려 갔다.

그 정성과 사랑에 중학교에 진학한 손주는 무려 3년간 할머니의 글을 읽고 또 곱씹으며 성장했다. 일찌감치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했던 외로운 기숙사 생활과 학업으로 인한 부담감, 교우관계를 비롯한 사춘기의 고뇌를 하루하루 할머니가 일러주는 인생의 참된 지혜와 조언에서 얻은 힘으로 하나하나 떨쳐내며 스스로의 중심과 생각을 키워나간다.

할머니의 기도문과도 같은 편지는 행간마다 손주에 대한 사랑이 뚝뚝 묻어난다. 문인의 피를 이어받은 손주는 또래 10대들과 비슷하면서도 한층 속 깊은 생각과 마음을 답장에 담았고, 그렇게 할머니와 손주의 편지를 나란히 묶어 나온 책이 바로 '행복편지'다.

집안의 어른이자 인생의 선배로서 할머니가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책 속에 담긴 365편의 편지 그 이상이었을 테다. 평생을 아름다운 사랑의 시와 함께 해 왔지만 여느 할머니들처럼 손주에게만큼은 걱정도, 염려도 끊이질 않는다. 때로는 엄한 목소리로, 때로는 따스히 격려하는 손길로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손주에게 "바르고 겸손하게 살아라" "너그럽고 멋진 사람이 되라"고 주문한다.

"야채와 과일을 잘 챙겨먹어라"는 소소한 일상부터 "언제나 한 번뿐인 오늘을 소중히 보내기 바란다" "사람의 일생이라는 것은 끊임없는 노력의 연속이다" "진솔한 자기반성은 자기 자신을 신선하게 변화시켜 준다" 등과 같은 삶의 교훈이 책 속에 담겼다.
김초혜·조재면 지음/ 해냄/ 1만4500원
김초혜·조재면 지음/ 해냄/ 1만4500원

손주는 할머니의 품에서 어리광을 부리듯 때때로 투정과 고민을 늘어놓는다. "모두가 똑같은 공부기계, 왜 사는지 모르겠어요" "숭고한 영혼을 지닌 사람이 되기 위해서 하는 공부라고 하지만 그 말에 공감할 수 없어요"라고 불평하다가도 어느새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주라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저 아주 단단합니다. 할머니 염려하지 마시라니까욧"이라고 큰소리 친다.
바쁜 학교 생활 가운데서도 틈틈이 할머니의 글을 매년 다시 읽으며 손주는 2014년에도 답장을 하고 2016년에도 편지를 쓴다. 어쩌면 다 아는 얘기, 자칫 잔소리처럼 들릴 법한 할머니의 말씀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마음에 새기겠다고 다짐하던 손주는 어느새 할머니의 말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자기 스스로의 생각을 말하고, 결심하고, 때로는 자신의 미래 계획에 대해서도 스스럼없이 털어놓는 의젓한 고등학생이 된다.

이 세상에 어떤 할머니와 손주가 이렇게나 진솔한 대화를 오래 이어갈 수 있을까 부러운 마음이 들 때쯤이면 이 책이 오롯이 손주만을 위해 준비한 책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든다. 노(老)시인의 인생 경험에서 우러난 말씀 하나하나가 10대 청소년뿐 아니라 이미 인생의 무게를 느낄 만큼 느끼고 있는 성인들에게도 늘 되짚어볼 만한 조언이요 가르침이 된다.

우리가 이제는 인생의 황혼길에 접어든 어른들에게서 무엇을 배우고, 또 우리는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어떤 어른이 돼야 하는가 잠시 되돌아 보게 되는 것은 덤이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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