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꽁꽁 숨어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곧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로 기소돼 열리는 재판에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는 유영하 변호사를 선임한 뒤 지난 11일 '국정농단' 재판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에 기업 총수와 관계자들의 검찰 진술조서를 법정 증거로 쓰는데 동의한다는 의견서를 직접 제출했다. 실익이 없는 국정농단 재판을 빨리 마무리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건강 문제를 들어 재판에 불참하는 상황에서는 특활비 재판에는 나가기가 어렵다. 국정농단 재판을 빨리 매듭짓고 특활비 재판에 나가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움직이는 이유는 마지막 지푸라기인 재산은 반드시 지키기 위해서다. 박 전 대통령이 특활비 재판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서울 내곡동 자택(약 28억원)과 수표 30억원, 본인 명의의 예금 등 약 60억원 상당은 물론, 관련 비자금 등은 모두 압류된다.
재판 출석이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또다른 재판인 '국정농단' 재판에서는 대기업 총수들이 검찰 조사, 증인 신문에서 박 전 대통령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통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을 강요 받은 정황 증거들을 내놨다. 또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1심 재판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따로 만나 부정한 청탁과 뇌물이 오고간 사실을 확인하고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이 선고된 상황이다. 특활비 재판을 준비하는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으로부터 특활비를 받고 지출한 내역을 공개하는 등 증거들을 충분히 확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세 재판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 양형은 무기징역. 만약 앞으로 더 있을 항소심에서 세 사건이 병합될 가능성도 있고 세 사건에 나온 박 전 대통령의 죄질 등을 고려하면 무기 혹은 장기 징역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원 내부의 전망이다.
변호인단은 지난 11일 재판부에 증인신청서를 제출했다. 18일에 국정농단의 실체인 최순실씨, 25일에는 안종범 전 수석을 불러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이 확인한 후 15일 전까지 동의하면 재판은 이달말까지 증인신문을 해야 한다. 보통 재판에서 변호사들은 태세전환을 위해 재판을 길게 이어가려 한다. 국선변호인단도 마찬가지. 엇박자인 이유는 박 전 대통령이 국선변호사들과 만나서 대화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25일 법원의 직권으로 국선변호사가 다섯 명 선임된 이후 접견을 거부해왔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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