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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도시 재창조]버려졌던 고가철로, 세계 첫 공중정원으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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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프랑스-공중정원 산책길 '프롬나드 플랑테'

-110여년간 이용됐던 고가철길, 활용방안 못찾아 20년간 방치
-1980년대 중반 산책로로 재생 결정…1993년 4.7㎞ 구간 세계 첫 정비
-하부 아치공간은 공방·카페로 활용
-센강 주변 리브고슈 지구도 재개발 한창
-인공지반 조성하고 낙후된 공장 정비…대학·스타트업 입주공간 등으로 변신
파리 '프롬나드 플랑테'. 과거 고가철길 상부에 만들어진 정원의 모습

파리 '프롬나드 플랑테'. 과거 고가철길 상부에 만들어진 정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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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프랑스 파리 바스티유 광장에서 동쪽 리옹역 방향으로 400여m 떨어진 '프롬나드 플랑테'(Promenade plant?e·가로수산책길). 붉은 벽에 쓰인 '예술의 고가다리'(Le Viaduc des Arts)라는 글자를 못 봤더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뻔 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무심하게 난 작은 문을 통해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니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직선으로 쭉 뻗은 길 좌우로 꽃과 나무가 빽빽하게 심어진 그야말로 공중정원이었다. 파리의 공원 일부를 뚝 떼어다 옮겨놓은 듯했다. 산책을 하거나 조깅을 하는 파리 시민들이 여유롭게 그 길을 오갔다. 계단을 올라가며 상상했던 풍경과 전혀 달랐다. 이를 본 따 만들었다던 '서울로7017'이 무색해졌다.
◆버려진 고가철로가 세계 첫 '공중 정원'으로= 파리 12구에 위치한 프롬나드 플랑테는 흉물로 방치됐던 고가철길을 산책길로 되살린 사례로 유명하다. 영화 '비포 선셋'에서 주인공 제시와 셀린느가 유람선을 타러 위해 걷는 길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영화만 봐서는 그들이 공중 정원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 않다.

원래 이곳은 1859년부터 1969년까지 바스티유역에서 뱅센을 거쳐 베느뢰유레탕을 연결하는 고가철길이었다. 철길 일부는 파리 중심과 외곽을 잇는 RER A노선에 통합됐으나 사실상 파리와 뱅센 사이 구간은 버려졌다. 110년간 제 일을 묵묵히 했던 고가철길은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20여년간 흉물로 방치됐다. 그러다 1980년대 중반 파리시는 이곳을 도심 속 산책로로 재생하기로 했다. 조경 건축가 자크 베르젤리와 건축가 필립 마티유가 공원을 설계, 1993년 4.7㎞에 달하는 공중 정원으로 탈바꿈했다.
버려진 고가철길 상부는 꽃과 나무, 작은 연못이 흐르는 산책로와 정원으로 꾸며졌다. 기존의 도로변 키 큰 가로수도 정원 위로 삐쭉 머리를 내밀어 공원 숲길과 같은 모습을 만들었다. 곳곳에 난 출입구를 통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 인근 주민들의 산책로로 사랑 받을 만했다. 위에서 내려다본 파리 시내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파리 '프롬나드 플랑테'. 과거 고가철길에 만들어진 정원의 모습

파리 '프롬나드 플랑테'. 과거 고가철길에 만들어진 정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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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철길 하부는 붉은색 벽돌로 쌓은 아치 공간이 죽 이어졌다. 71개의 공간은 예술의 고가다리라는 이름 아래 중세시대부터 다양한 공예품을 제조하던 지역 특색을 살려 예술가와 수공업자를 위한 공방, 아틀리에, 카페 등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기존의 철로 구조물을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상부는 도심 속 공원, 하부는 문화예술ㆍ상업공간으로 변신한 것이다. 이 같은 새로운 시도는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로 이어졌다. 이 공원 역시 철거를 앞둔 화물용 고가 철길이었다가 공중 정원으로 되살아났다.
파리 '프롬나드 플랑테'. 과거 고가철길의 하부 아치 공간은 공방, 아틀리에, 카페 등 문화예술 및 상업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파리 '프롬나드 플랑테'. 과거 고가철길의 하부 아치 공간은 공방, 아틀리에, 카페 등 문화예술 및 상업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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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나드 플랑테 하부 아치 공간은 공방, 아틀리에, 카페 등 문화예술 및 상업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프롬나드 플랑테 하부 아치 공간은 공방, 아틀리에, 카페 등 문화예술 및 상업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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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시 최대 규모 재개발…인공 지반 위 도시 '리브고슈'=현재 파리시에서는 대규모 재개발도 한창이다. '파리 리브고슈(RIVE GAUCHE)' 지구는 도심에서 남동쪽으로 2㎞ 떨어진 13구 센강 주변으로 철로를 따라 창고와 공장 등이 산재해 낙후된 지역이었다. 철로 탓에 센강과 13구역의 주거단지는 단절됐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자연스럽게 철로로 나뉜 두 지역을 연결하는 것이 됐다. 프레드릭 루치오니 파리개발공사(SEMAPA) 부사장은 "리브고슈 개발의 철학은 주민들이 강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이라며 "강변의 낙후된 공장 등을 재정비하고 도시로 만드는 동시에 철로 위에 인공지반을 조성해서 도시를 재생하는 두 개의 큰 줄기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도시개발을 위해 만들어진 민관 합자회사 SEMAPA는 파리시로부터 재생에 관한 모든 사업 권한을 넘겨받았다. 1991년부터 시작된 리브고슈 지구 개발은 올해로 26년째,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재 공정률은 60% 정도다. 전체 계획 면적 200만㎡ 규모에 45억유로를 들여 업무와 상업시설, 주거지, 교육시설 등이 들어선 자족 기능을 갖춘 공간으로 개발되고 있다.

파리 리브고슈 지구 내 공사 중인 현장. 왼편의 기존 주거지역인 13구와 오른편의 인공지반 위 새 건물이 있는 지구 경계선이다.

파리 리브고슈 지구 내 공사 중인 현장. 왼편의 기존 주거지역인 13구와 오른편의 인공지반 위 새 건물이 있는 지구 경계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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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리브고슈 지구 내 톨비악 지구.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공간으로 활용되는 옛 철도청 건물의 모습.

파리 리브고슈 지구 내 톨비악 지구.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공간으로 활용되는 옛 철도청 건물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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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고슈 지구는 크게 프랑스 거리, 톨비악 지구, 오스테를리츠 지구, 쉬발르헤 거리, 마세나 지구 등 5개 중심구역으로 나뉜다. 각 구역은 특색을 달리하는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쉬발르헤 거리와 마세나 지구에 있는 밀 창고, 물레방아 건물 등 산업건축물은 대학 건물 등으로 쓰이고 있다. 톨비악 지구의 경우 옛 철도청 창고 건물이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공간으로 변신했다. 1990년대 지어진 300m 길이 건물에는 현재 1000개의 스타트업이 입주해있다. 루치오니 부사장은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와 대학, 대형 병원, 도서관 등 모든 조건을 갖춘 곳이라 파리시에서 혁신경제의 선두지역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이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것은 인공지반을 조성해 구도심지인 13구와 센강변을 연결하고 있어서다. 기존철도 부지 위에 폭 100m, 3㎞ 길이의 인공지반을 만들고 그 위에 건물을 짓고 있다. 인공지반 두께만 2~3m에 달한다. 지하에는 기차가 다닌다. 협소한 도시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신규 부지를 마련하는 것이다. 물론 어려운 점도 있다. 부지 조성비가 비싸고 공사를 할 수 있는 시간도 기차가 다니지 않은 밤 시간대 일부라 개발 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 시점에서의 공사 완료 목표는 2028년이다.

루치오니 부사장은 "리브고슈 개발은 살아있는 프로젝트"라고 한 마디로 정의했다. 긴 세월에 걸쳐 진행되는 프로젝트인 만큼 시대별 니즈에 따라 변형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1990년대 경제부가 도심에서 베르시 지구로 옮겨가면서 그 강 건너편인 리브고슈 지구를 경제 특구로 만들자고 했다"면서 "2000년대 이후부터는 소셜믹스가 파리시의 도시재생 콘셉트가 되면서 다양한 주거 유형과 계층 혼합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파리(프랑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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