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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남북대화 계기로 北, 쌍중단 수용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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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쌍중단 수용은 한미 연합훈련 축소와 연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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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완주 정치사회 담당 선임기자] 남북 간의 대화 채널이 열리면서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북한이 사실상 중국이 주장한 ‘쌍중단’(북한 핵ㆍ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동시 중단)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북한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당국자간 대화를 통해 우선적으로 한미 연합훈련의 축소나 중단을 요구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대화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처음에는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을 요구하다가 연평도 포격 이전의 훈련 수준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카드로 내밀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 같은 전략을 들고 나온다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단계적 대화 수순을 밟는 절차일 가능성이 높다. 완전한 쌍중단은 아니어도 쌍중단에 버금가는 상황을 발판 삼아 남북대화에 이어 북중, 북미대화를 위한 물밑 접촉을 시도하기 위한 노림수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쌍중단 수용 여부는 김정은 신년사에 숨겨져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올해 신년사는 그동안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해빙기를 맞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대표단 파견과 이를 위한 남북 당국 간의 회담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는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수차례 제안한 대화 의지를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신년사의 내용을 뛰어넘는 파격이었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는 눈여겨볼 대목들이 많다.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와 남북대화 재개에 묻힌 감은 있으나 상당히 의미가 큰 발언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우선 김 위원장의 신년사 중 곰곰이 되짚어야 할 발언을 살펴보자.

김 위원장은 “새해는 우리 인민이 공화국 창건 70돌을 대경사로 기념하게 되고 남조선에서는 겨울철 올림픽 경기대회가 열린다”면서 남북이 다 같이 의의가 깊은 해임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지금이야말로 남북이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관계를 개선할 때임을 강조하고 “무엇보다 북남 사이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9월의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과 2월에 개최되는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분위기를 띄운 김 위원장은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인다.

“북과 남은 정세를 격화시키는 일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하며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한반도 정세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책임이 ‘북’과 ‘남’에 공동으로 있다고 표현한 부분이다. 북한은 그동안 한반도 전쟁 위기의 책임을 미국과 그 추종세력인 남한에게 돌렸다.

하지만 올해 신년사에서 김 위원장이 남과 북이 함께 자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북한도 추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통해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킨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발언이다.

이와 관련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의미심장한 해석을 내놓았다. 태 전 공사는 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신년사에서)북과 남'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결국은 너희도 책임 있고 우리도 책임 있다는 얘기다. 결국은 중국의 쌍중단 카드를 북한이 수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중국의 쌍중단 요구를 무시했는데…
중국은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쌍중단과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협상 병행)을 줄곧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도 같은 입장이다.

북한은 중국의 쌍중단 요구를 지금까지 무시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최근 북한을 방문한 쑹타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김 위원장과 만나지 못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북한이 대외 선전단체를 내세워 반대의사를 명확히 밝히기도 했다.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와 '북침핵전쟁연습 반대전민족 비상대책위원회'는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에 게재한 '공동고발장'을 통해 이 같은 반대의사를 게재했다.

이들 단체는 "일부 나라들이 정의의 우리 핵과 침략적인 미국의 핵을 동일 선상에 놓고 쌍중단을 주장하고 있는 것은 조선반도 핵 문제의 본질과 인과관계, 자위의 핵과 폭제의 핵을 가려보지 않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의 쌍중단은 사실 북한이 원조다. 계춘영 인도주재 북한대사는 지난해 6월 인도 방송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계 북한대사는 "일정한 상황에서 우리는 핵과 미사일 실험 동결 조건을 논의할 뜻이 있다"며 "예를 들어 미국 측이 잠정적이든 항구적이든 대규모 군사훈련을 완전하게 중단한다면 우리 또한 (핵과 미사일 실험을) 잠정적으로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15년 1월에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같은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중앙통신은 "미국이 올해에 남조선과 그 주변에서 합동군사연습을 임시 중지하는 것으로써 조선반도의 긴장완화에 기여할 것을 제기하고 이 경우 우리도 미국이 우려하는 핵 시험을 임시 중지하는 화답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북한은 과연 쌍중단 요구를 수용할까
북한이 중국의 쌍중단 요구에 대해 기존 입장을 뒤집고 전격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얼핏 고차원의 방정식이 필요해 보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일차 방정식으로도 해결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을 평창 올림픽 기간 이후로 미루는 방안을 미국측에 제한했다. 미국은 현재 심도 있게 이 문제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대북 압박에 전력을 기울이는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속으로 마뜩치 않을 수 있지만 올림픽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52일간의 휴전기간을 선포한 취지에 맞춰 정례적인 한미 연합훈련을 올림픽 이후로 연기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북한도 평창 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한다고 공언한 만큼 올림픽 기간에 핵과 미사일 시험을 감행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일단 올림픽이 폐회될 때까지 중국이 요구하는 쌍중단이 일시적으로 먹혀 들어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비록 북한이 공식적으로 쌍중단 요구를 받아들이는 모양새가 아니더라도 결과적으로 쌍중단 상태가 달성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위원장이 발언한 “북과 남이 정세를 더 격화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대목이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 해당되는 사안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도발 여부인 탓이다.

올림픽 기간의 일시적인 쌍중단 상황은 북한에게 가장 중요한 전략적 시기가 될 것이다. 겉모양새는 중국의 쌍중단 요구가 받아들여진 셈이니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남한과의 대화를 재개하는데 굳이 중국과의 대화 물꼬를 잠글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남북대화 재개와 중국과의 관계 개선 시도는 결국 미국과의 직접 대화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 우리 정부를 방패막이로 삼아 중국을 완충지대로 활용한 다음 미국과의 본격적인 협상을 시도하겠다는 전략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현실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그래서 최소한 올림픽 기간 내에는 북한이 추가 도발을 자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올림픽 참가를 명분으로 내세워 자존심을 지켜 가면서 중국의 쌍중단을 받아들이는 꽃놀이패라 할 수 있다.

◇북한의 다음 카드는 한미 연합훈련 축소?
이제 첫걸음을 뗀 남북대화에서 북핵 문제는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도 남북 문제는 평창 올림픽으로 국한됐다. 또 북핵 문제는 미국과 북한의 직접 대화로 풀어낼 수밖에 없는 ‘불편한 진실’도 존재한다.

따라서 평창 올림픽 참가 문제와 다양한 민간교류 재개에 대한 안건이 대화 테이블에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도 유엔(UN)의 대북제재와 맞물려 있어서 진전을 이뤄내기가 어렵다.

다만 평창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 안건이 다뤄질 수는 있을 것이다. 새해 들어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매체들이 대남비난을 중단한 것이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그 다음 북한의 노림수는 한미 연합훈련 카드를 꺼내들 여지가 충분하다. 유엔의 대북제재 사안도 아니고 우리 정부의 의지에 따라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유효한 카드로 써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설사 그 문제로 인해 한미 간의 균열이 발생하더라도 북한으로서는 손해를 볼 일이 아니다.

매년 정례적으로 치르는 한미 연합훈련은 2010년 11월 북한이 연평도 포격을 도발한 이후 규모가 급속히 확대됐다. 규모도 규모지만 연합훈련의 주요 목표가 방어보다는 공세적 작전에 방점을 두는 방식으로 전환된 것이 사실이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매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날선 비난을 반복하는 이유도 사실상 북한 정권 붕괴를 목적으로 한 선제타격 훈련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따라서 북한은 남북 고위당국자 대화가 성사될 경우 주도권을 쥐기 위한 방편으로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을 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나 미국이 그 주장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북한은 우리 당국자가 난색을 표명해 대화가 난관에 빠질 경우 한미 연합훈련의 축소 카드를 내밀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연평도 포격 사태 이전의 수준으로 훈련 규모를 줄이는 정도에서 타협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완전한 쌍중단은 아니더라도 유의미한 긴장 완화 해결책이 가능한 지점이다.

북한은 훈련 축소 카드를 내세워 우리 정부의 양보를 요구할 것이다. 그 청구서의 내용이 무엇이 될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지만 충분히 가능한 남북대화의 시나리오다.

문제는 한미 양국이 세세한 부분까지 공조체제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미국의 반발을 살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이 이 부분까지 예상하고 사전에 미국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매끄럽게 풀어내야 한다.

그 부분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으면 남북대화는 아무런 성과를 거둘 수가 없을 것이다. 남북대화는 실패로 마무리되고 미국과의 동맹관계만 금이 가는 최악의 상황을 미리 대비해야 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완주 정치사회 담당 선임기자 wjch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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