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 '딜레마에 빠진 최저임금, 제도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가 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서울 중구에 유명 도가니전문점은 최근 대표 메뉴인 도가니찜의 도가니 양을 확 줄였다. 갑자기 줄어든 양 때문에 여기 저기서 1~2인분을 추가로 주문하는 테이블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사장 A씨는 "최저임금이 오르고 재료값도 만만치않아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끊길 것 같아 대신 양을 줄였다"며 "자주 오는 단골들의 경우 왜 이렇게 인심이 박해졌냐고 항의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식당의 도가니찜은 1인분에 1만8000원이다.
최저임금 인상 역풍이 현실화되고 있다. 영세중소기업들은 존립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고 아르바이트 직원 비중이 높은 편의점과 프랜차이즈 외식업체, 식당들은 당장 늘어난 인건비 부담에 직원수를 줄이거나 가격을 올리고 있다. 또 아르바이트생들은 일자리를 잃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4일 한국경영자총연합회ㆍ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300인 미만 중소기업 10곳 중 4곳(42.7%)은 최저임금 인상 부담으로 내년 고용을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업계는 잇달아 가격을 올리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KFC는 지난달 29일부터 치킨, 버거, 사이드, 음료 등을 포함한 24개 메뉴 가격을 100∼800원 인상했다. 평균 가격 인상폭은 5.9%다. 앞서 롯데리아는 지난해 11월 불고기버거 100원, 새우버거 200원을 인상하는 등 버거와 디저트, 음료 가격을 올렸다. 5년마다 가격을 인상해 온 맥도날드도 곧 가격 인상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햄버거에 이어 빵ㆍ도넛 등의 가격 인상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 제빵 브랜드 가맹점주는 "당장 인건비가 늘어나면 본사가 책정한 권장소비자가격 이상으로 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식 프랜차이즈 놀부부대찌개와 신선설농탕도 가격을 인상했다. 놀부부대찌개는 대표 메뉴인 놀부부대찌개 가격을 7500원에서 7900원으로 인상하는 등 전체 찌개류 가격을 평균 5.3% 올렸다. 신선설농탕도 대표 메뉴인 설농탕을 비롯해 전체 메뉴 가격을 약 14% 인상했다. 신선설농탕은 대표 메뉴인 설농탕 가격을 기존 7000원에서 8000원으로, 순사골국ㆍ만두설농탕 등은 각각 1000원씩 올라 9000원에 판매한다.
지난해 가격 인상 계획을 밝혔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한 치킨업계도 올해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등 원가 상승 압박이 한계 상황에 달했다"며 "가맹점주의 가격 인상 요구를 더는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동네 식당도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영등포에서 설렁탕집을 운영하는 K씨는 "식재료 비용 등 물가가 너무 많이 오르고, 인건비 부담에 임대료도 치솟아 4년만에 어쩔수 없이 1월1일부로 가격을 올렸다"며 양해를 부탁한다고 전했다.
외식 물가 불안정은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건비에 민감한 외식업종의 특성상 물가상승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가격인상 이외에는 묘수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최저임금 10% 인상 시 음식 및 숙박업의 임금이 2.1%, 물가는 0.5% 상승한다고 밝혔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16.4%를 단순 대입하면 임금은 3.4%, 물가는 0.8%오른다는 의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10월 '2018 한국 경제 7대 이슈' 보고서에서 "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가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전가되는 경우 물가 상승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임금 인상으로 인한 비용의 가격 전가를 완화하기 위한 대책과 물가안정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외식업종의 특정성 인건비가 가장 큰 부담"이라며 "주요 프랜차이즈 본사에는 가맹점주들의 가격 인상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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