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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 했을 뿐인데, 경찰 출석요구?"…공유경제 옥죄는 규제

최종수정 2018.01.04 11:00 기사입력 2018.01.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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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은 허용하되 '카풀앱'은 금지…국회, 카풀허용 시간 제한하는 법안 발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카풀(car pool)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몇 번 사람을 태워줬다가 경찰에서 출석 요구서를 받았습니다. 2000만원 이하 벌금이라는데 실제로 얼마나 내게 되나요?"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실제 사례다. 글 작성자에 따르면 그는 퇴근 시간에 카풀앱을 이용해 방향이 같은 사람을 몇 차례 태워주고 돈을 받았다. 이 같은 '카풀' 행위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비용을 서로 나눠낸다는 취지에서 돈을 받아도 된다. 하지만 이 사람이 경찰로부터 출석을 요구 받은 건 다름 아닌 '카풀앱'을 사용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보면 자가용 자동차를 이용한 유상 운송은 불법이다. 그러나 예외조항이 있다. '출퇴근 때 함께 타는 경우'다. 자가용 자동차라도 출퇴근 시간에 카풀을 하면 유상 운송이 가능하다.

하지만 상대를 '앱'으로 찾으면 다시 불법이 된다. 여기엔 '알선'이라는 개념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이른바 '라이드셰어링' 서비스 자체가 손님 알선 행위이며, 차량을 제공하는 운전자를 해당 앱이 '고용'했다고 인식한다.
법안에 '알선'이란 단어가 등장한 건 2015년 6월 개정안이 통과됐을 때다. 이는 '우버(Uber)'를 국내에서 퇴출시킨 결정적 규제가 됐다. 우버가 퇴출되면서 논란은 가라앉는 듯 보였지만, 이후 잇따라 등장한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과 충돌이 끊이지 않아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에 생존권을 주장하는 택시업계까지 얽혀들면서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전문위원은 3일 관련 설명회에서 "택시업계가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심야시간이야말로 카풀 서비스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용자의 편의 증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단순히 택시업계와 스타트업만의 갈등구조로 봐선 안 된다"며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국민(이용자)의 요구까지 함께 고려해 사회적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대표발의)을 포함한 국회의원 10명은 지난달 15일 카풀이 허용되는 '출퇴근 시간'을 엄격히 규정하자는 내용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오전 7~9시 그리고 오후 6~8시에만 카풀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현행법에는 '출퇴근'이라고만 돼 있지 시간까지 정해놓진 않아 혼선이 생겼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의원들은 법안 개정 취지에 대해 "(카풀앱 서비스가) 택시산업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공유경제를 앞세운 불법적 자가용 영업은 국가 산업 안정과 시민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카풀앱 업계뿐 아니라 에너지 절감 차원의 카풀 역시 이용자가 크게 줄면서 산업 자체가 위축될 것이 우려된다.

이에 대해 스타트업계에선 "출퇴근 시간을 규정하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탁상공론식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출퇴근 개념이 직장마다 달라 이를 일률적으로 정한다는 게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현재 이 시장에는 '풀러스', '럭시' 등 공유경제 스타트업들이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서 퇴출된 우버도 카풀 서비스를 내세운 '우버셰어'로 시장 재진입을 노리는 중이다.

정부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지난달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개최한 해커톤(개발자 집중 토론)에서 관련 의제를 포함시켰다. 그러나 택시업계가 항의의 표시로 참석을 거부하면서 논의 자체가 무산됐다. 연내 해법을 모색하려던 계획도 기약 없이 미뤄진 상태다. 정부는 공유경제 비즈니스를 활성화시키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서 논의는 당분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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