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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지진에 끄떡없던 불국사의 비밀은?

최종수정 2018.01.12 07:07 기사입력 2018.01.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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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5.8의 지진에도 끄떡없던 불국사.[사진출처=한국관광공사]

진도 5.8의 지진에도 끄떡없던 불국사.[사진출처=한국관광공사]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지난해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 경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점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에 유명 브랜드의 아파트들은 금이 가거나 절반 쯤 무너져 못쓰는 건물이 됐습니다. 그러나 같은 활성 단층 대에 위치한 인근 경주의 불국사는 끄떡 없었습니다.
진도 5.8의 지진에 불국사 다보탑 난간석 하나가 비틀려 떨어진 모습.

진도 5.8의 지진에 불국사 다보탑 난간석 하나가 비틀려 떨어진 모습.



1년 여 전인 2016년 9월 12일 불국사가 위치한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났습니다. 불국사 경내 다보탑의 난간 중 하나가 비틀렸고, 대웅전의 기와 3장이 떨어졌습니다.
2016년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에 떨어진 다보탑 난간석을 가리키는 관계자. [사진출처=연합뉴스]

2016년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에 떨어진 다보탑 난간석을 가리키는 관계자. [사진출처=연합뉴스]



이 소식은 대서특필 됐습니다. 불국사의 피해 정도가 아닌 강력한 지진에도 버텨낸 유연한(?) 불국사가 화제가 된 것입니다.

불국사 내진설계의 비밀은 뭘까요? 불국사의 비밀은 바로 '부드러움'입니다. 건축물의 내진 공법에는 강구조(鋼構造)와 유구조(柔構造)가 있는데 강구조는 진동에 부서지지 않고 견고하게 버티는 것을, 유구조는 흔들리면서 진동 에너지를 분산 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지진 전문가들은 경주 불국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과학적인 내진설계가 적용된 건축물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1200여 년 전 신라인들은 불국사가 세워질 경주가 한반도에서 지반이 가장 불안정하고, 활성 단층이 지나는 곳인 줄 알았을까요? 역사의 기록에는 경주 일대는 이미 신라 때 지진 피해가 있었던 만큼 신라인들은 이를 알고 있었습니다.

신라인들은 불국사가 지진에 견디도록 하기 위해 울퉁불퉁한 자연석 화강암 위에 인공석을 아귀에 맞게 깎아 맞물려 얹는 '그렝이 기법'으로 건물을 지었습니다.
진동을 흡수할 수 있게 설계된 불국사 석축 [사진출처=문화재청]

진동을 흡수할 수 있게 설계된 불국사 석축 [사진출처=문화재청]



그렝이 기법은 한옥을 지을 때 주춧돌 위에 기둥을 초석의 윗면 모양으로 깎아 세우는 등 재료를 밀착시킬 때 그 면을 밀착되는 면과 같은 모양으로 깎아 밀착시키는 방법으로 거의 모든 한옥 건축에 적용된 방법입니다.
진동을 흡수할 수 있게 설계된 불국사 극락전의 석축 [사진출처=문화재청]

진동을 흡수할 수 있게 설계된 불국사 극락전의 석축 [사진출처=문화재청]



그렝이 기법으로 지어진 불국사는 지진 때 좌우 흔들림을 잘 견디고 석재 사이에 있는 틈이 진동 에너지를 분산·흡수합니다. 석축 내부에 쌓은 석재가 흔들리지 않게 석축에 '동틀돌'도 규칙적으로 박아 내진 효과를 더했습니다.

무게가 가볍고 충격 흡수성이 뛰어난 목조 건축이 지진을 더 잘 견디는 것처럼 불국사는 목조 건축에서 사용되는 짜맞춤 방식을 화강암에 응용해 설계된 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평소에 지진에 철저히 대비해왔던 일본이 지난 1995년 고베 대지진 때 초대형 피해와 2011년 동일본 지진 때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왜 일어났을까요?

고베 대지진은 일반 지진과 같은 좌우 진동이 아닌 현대 건축 공법으로도 대처하기 어려웠던 상하 진동이 발생한 지진이었고,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쓰나미가 원인이었음을 바로 알아야 합니다.

신라인은 지진이 나는 땅인 줄 알고 그 땅에 불국사를 세웠습니다. 신라인의 후손들인 우리는 왜 그 땅에 핵 발전소와 방사능 폐기물 처리 시설을 세웠을까요? 이웃 나라인 일본에 비해 준비가 덜 된 상황인데 지금까지 보다 더 강력한 지진이 일어난다면? 조상보다 못한 후손이 되지는 않아야 할텐데 걱정이 태산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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