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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화약고가 된 UAE 상호군수지원협정

최종수정 2018.01.08 09:36 기사입력 2018.01.03 15:04

상호군수지원협정은 UAE 의혹 이전에 일본과의 갈등도 유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수도 아부다비의 태통령궁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수도 아부다비의 태통령궁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아시아경제 정완주 정치사회 담당 선임기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파견 논란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가는 양상이다.

UAE 관련 의혹은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의 실수 때문에 원전계약이 백지화되고 국교단절 문제까지 거론됐다는 식으로 확산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일 “사실을 말하면 한국당이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박성 해명을 했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서 문제가 된 부분을 문재인 정부에서 수습하고 있다는 식의 뉘앙스를 담은 것이다.

UAE 의혹 논란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 수뇌부들이 임 실장의 특사 방문 이전에 대거 UAE를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닥이 잡히고 있는 단계다. 원전 수주와 연계해 UAE와의 군사협력과 관련한 문제가 불거진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법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마침 일부 언론에서 UAE와 우리정부가 비밀리에 상호군수지원협정(MLSA)을 체결했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을 받았다. 국방부는 2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상대국과의 신의 문제 때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이다. 국방부가 발간한 2016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현재 15개 국가와 상호군수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UAE와의 체결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는 알 수 없지만 우리 정부와 UAE가 상호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한 것만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다면 왜 이 시점에 상호군수지원협정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
◇상호군수지원협정이 뭐길래…
상호군수지원협정은 상호방위조약을 통한 군사동맹 수준은 아니어도 준동맹에 버금가는 국가 간의 군사적 협력체결을 말한다.

88서울올림픽이 열렸던 그 해 6월 한국과 미국의 군사당국이 하나의 협정을 체결한다. 제20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 1차 본회의에 당시 오자복 국방부 장관, 프랭크 칼루치 미 국방장관을 비롯한 양국 대표단 등이 참석해 한미 상호군수지원협정을 맺은 것이다.

이 협정은 평상시는 물론 전시, 연합작선 수행 등에 긴급히 소요되는 탄약, 유류, 수송, 정비 등 보급물자 및 용역 등을 체계적으로 상호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사실상 실질적인 전투지원 계획이다.

이 같은 형식의 협정은 미국이 나토(NATO) 회원국들과 체결하는 방식이다. 나토 비회원 국가 중에서 미국이 상호군수지원협정을 맺은 국가는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한국이 두 번째 국가다. 그 만큼 군사적으로 의미가 중요한 협정인 셈이다.

◇UAE와 관련된 상호군수지원협정은 국회에서도 문제가 됐다
2010년 11월 당시 한나라당 소속 국방위원이었던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UAE와 맺은 비밀협약 문제를 추궁했다.

유 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과거 국방위원회에 있으면서 UAE 아크부대를 파병할 때 이면합의가 있지 않느냐고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의혹을 제기했었다”고 밝혔다. 그 이면 합의의 일부가 실체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일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유 대표가 문제제기를 한 시점은 2010년 11월 11일 국회 국방위원회가 열린 날이다. 유 대표는 당시 김태영 국방부 장관에게 대통령과 국방장관 등 극소수만 본 비밀합의 문건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유 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원전수출의 대가로 아크부대를 파병하는 등 이면으로 군사협정을 맺은 것이 아니냐는 점을 추궁했다. 아크부대 파병의 헌법 위반 여부와 함께 다음 정권에서 반드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물론 김 전 장관은 이를 부인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회 국방위원 시절인 2014년 12월에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아크부대의 파병이 근거가 없다는 지적에 동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질의를 통해 파병에 대해 일정한 제한을 두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UAE와의 상호군수지원협정이 왜 문제가 되는 걸까
중동지역은 잘 알려진 것처럼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화약고나 다름없다. 특히 UAE는 이란과 적대적 관계에 놓여 있다. 이슬람 교파 중 수니파인 UAE는 시아파를 대표하는 이란과 바다를 사이에 놓고 마주보고 있다. 또한 카타르와는 단교를 선언했다. 카타르의 이란 및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긴밀한 관계를 비난하면서 국교를 단절한 것이다.

따라서 언제라도 주변의 중동국가들과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런 마당에 만약 UAE에 주변국과 분쟁이나 전쟁이 벌어지면 상호군사지원협정은 블랙홀이 될 수밖에 없다.

아크부대는 알려진 대로 특수부대로 구성됐다. 자칫 UAE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휘말릴 소지가 다분하다. 군수물자 지원도 정도에 따라 UAE에 적대적인 중동국가들이 문제를 삼을 여지가 충분하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정부가 협정을 어기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 UAE의 보복 조치가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래저래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아랍의 분쟁에 휘말릴 소지가 다분하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다수의 매체를 통해 당초 UAE가 상호방위협정 체결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유사시 우리 군이 자동개입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군사동맹국임을 선언하는 수준이다. 만약 상호방위협정이 체결됐다면 이란과 카타르 등의 적대국가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김 의원은 또 ‘한겨레’ 연재글 ‘김종대의 군사’에서 "필자는 정부 고위관계자를 통해 두 정부 사이에 군사지원 내용을 담은 비밀 양해각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 합의 문서는 국회에도 비밀로 되어 있어 그 존재 자체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가 집권 초 문재인 정부 내에서 골칫덩어리로 부각됐다"라고 전했다.

김 의원은 또 "UAE쪽에서 양해각서 내용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한국 정부를 강력히 성토하면서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원전 수출과 각종 자원협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된다는 점을 통보해온 시점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난 5월 말에서 6월 초로 추정된다"라고 덧붙였다.

◇상호군수지원협정은 일본도 원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해 10월 일본 정부가 한국에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18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 회의에서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외무성 사무차관이 우리 정부에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이어 한국측이 명확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고 한미일 3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서 보도했다.

일본의 이 같은 요구는 처음이 아니다. 2012년 당시 일본과의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추진 과정에서 상호군수지원협정도 동시에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양국은 2016년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과 군사전문가들은 다음 단계로 일본과 상호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감추지 않았다.

이 협정이 체결되면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 자위대의 수송기나 전함이 한반도에 파견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일본 자위대가 유사시 합법적으로 한반도에 투입되거나 주둔할 수 있다는 말이다. 협정 체결 즉시 그 후유증의 여파는 엄청난 폭발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그 만큼 민감한 문제가 한일 간의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 여부다.

일본은 지난해 시행된 안보법을 반영해 기존에 체결된 상호군수지원협정을 개정하거나 신규로 추가 체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자위대의 분쟁지역 파견을 합법적으로 보장받는 수단으로 이 협정을 활용하는 셈이다.

일본은 미국, 호주, 영국과 협정을 체결했고 프랑스와 캐나다 등과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 연장선에서 한국에게도 협정 체결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군사력을 해외로 확산시키려는 의도는 집요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과 영국은 올해 연합훈련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육상자위대가 미국 이외의 나라와 일본 본토에서 본격적인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월 일본과 영국이 상호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한 이후 양국의 군사협력은 긴밀하게 전개되는 중이다.




정완주 정치사회 담당 선임기자 wjch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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