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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현판논쟁]①숙종의 사액 현판을 콘크리트 한옥건물에 정말 걸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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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성역화 사업 이후 새로 지어진 현충사 본관에 걸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 모습(사진=문화재청 현충사 관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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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사당인 현충사가 새해 정초부터 '현판' 논란에 휩싸였다. 현재 현충사 본관에 걸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을 내려야한다는 주장과 그대로 보존해야한다는 주장이 충돌하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의 친필현판을 내려야한다는 쪽에서는 1706년, 조선 제 19대 왕인 숙종(肅宗)이 내린 사액 현판을 걸어야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반대편에서는 숙종이 내린 현판은 현재 위치한 구 현충사 건물에 그대로 보존돼야한다 주장하면서 양측 주장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사실 현충사 현판에 대한 논란은 이전부터 제기돼왔지만, 직접적으로 논란이 불거진 것은 지난해 9월부터였다. 이순신장군의 종가인 덕수 이씨 충무공파의 종부(宗婦), 최순선씨가 문화재청에 현충사에 걸린 박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을 숙종의 사액 현판으로 돌려놓지 않으면 이순신 장군 유물을 현충사에 전시하지 않겠다는 의견서를 전달하면서 시작됐다.

최씨 뿐만 아니라 문화재제자리찾기 등 시민단체들도 현충사 현판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광복 전 일본군 장교로 만주군에 복무한 이력이 있는 박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이 임진왜란의 영웅인 이순신장군의 사당과 걸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는 적폐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현판 교체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 친필 현판 대신 현충사가 처음 세워진 1706년, 숙종이 직접 내린 사액현판을 걸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액현판은 현재 구 현충사 건물에 걸려있다.

구 현충사 건물에 걸려있는 숙종의 사액현판 모습(사진=문화재청 현충사 관리소)

구 현충사 건물에 걸려있는 숙종의 사액현판 모습(사진=문화재청 현충사 관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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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화재청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재 현충사 건물은 1966년, 박 전 대통령 집권시기 성역화 작업과 함께 만들어진 현대 건물로 외관은 한옥이지만 콘크리트로 지어진 구조물이다. 역사성을 따지자면 숙종 사액 현판이 걸릴만한 문화재적 가치가 전혀 없는 건물이고 현판 크기도 맞지 않다. 또한 현재 구 현충사 건물에 걸린 숙종 사액 현판을 옮기고 나면 빈자리에 어떤 현판을 걸지도 고민이다. 덕수이씨 충무공파 종회 역시 종부의 의견과 달리 현재 현충사 건물에서 박 전 대통령 현판을 내리는 것에 반대하고 지금처럼 숙종 현판은 구 현충사 건물에 보존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현충사 현판이 이러한 논쟁에 빠지게 된 것은 현충사가 1706년 건립된 이후 상당히 많은 훼손과 복원을 거치며 굴곡진 근·현대사를 보냈기 때문이다. 원래 숙종 시기 현충사는 이순신 장군의 생가 터에 충남 선비들의 자발적 요청과 조정의 지원 하에 지어진 건물이었으나 1868년, 흥선대원군 집권기에 서원철폐령의 칼날을 피하지 못하고 완전히 철폐됐었다. 이후 구한말인 1906년, 지역 유림들이 을사조약에 항거하고자 유허비를 건립했지만 그때까진 터만 남은 형세였다.

현재 현충사 지도 모습. 정문에서 현충사로 들어가는 중간에 일제강점기 국민성금으로 지어졌던 구 현충사 건물이 위치해있다.(사진=문화재청 현충사 관리소)

현재 현충사 지도 모습. 정문에서 현충사로 들어가는 중간에 일제강점기 국민성금으로 지어졌던 구 현충사 건물이 위치해있다.(사진=문화재청 현충사 관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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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순신 장군 종가가 거액의 빚을 지는 바람에 현충사 터까지 일본인 소유로 넘어갈 위기에 처하자, 당시 동아일보를 중심으로 거국적인 성금 모금운동이 시작돼 빚을 갚고, '이충무공유적보존회'가 설립돼 1932년, 현재의 구 현충사 건물을 짓고 이 건물에 숙종의 사액현판을 걸고 영정을 봉안해 겨우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이후 다시 광복 후 혼란기와 6.25 전쟁을 겪으면서 폐허가 되다시피 한 곳을 1966년, 박 전 대통령의 성역화 사업과 함께 현재 모습으로 지어졌다. 실상 구 현충사 건물 외에 숙종의 사액현판과 역사적으로 연관되는 건물은 없는 셈이다.

현재 매해 이순신 장군 탄신일인 4월28일에 제전을 지내는 곳은 1966년 이후 지어진 새 현충사 건물이다. 구 현충사 건물은 1932년, 국민 성금으로 중건된 역사성을 가지고 있는만큼, 보존용 사당으로 전시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1~2월 중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고 이순신 종가 종부와 종회 측의 의견을 수렴해 문화재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해 최종 의사결정을 할 계획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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