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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 해법이 한·미·일 군사동맹?…임오군란 벌써 잊었나"

최종수정 2018.01.02 15:44 기사입력 2018.01.02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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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에게 길을 묻다 <1>이종찬 전 국정원장
인터뷰 이종찬 전 국정원장 /문호남 기자 munonam@

인터뷰 이종찬 전 국정원장 /문호남 기자 munonam@


[대담=아시아경제 정완주 정치사회 선임기자·정리=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초대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이종찬 전 원장(81·현 우당기념관장)은 보수 야당의 한··일 방어체계 강화 주장에 대해 "임오군란 때 중국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해 일본을 끌어들였다가 국권을 상실한 아픈 기억을 떠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야당의 자체 핵무장 주장에 대해선 "지금 보수 야당의 원조 격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도 이를 반대할 것"이라며 "(우리는) 자주적인 (미사일)방어능력을 키우는데 무게를 둬야 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오히려) 일본의 재무장을 도와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검찰의 국정원 특수활동비·댓글공작 사건 수사에 대해선 "가슴이 아프다. 국정원의 일탈은 사용자(대통령)와 수장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정치개혁의 방향성과 관련, 중대선거구제 개편과 대통령 6년 단임제를 제안했다.

이 전 원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신교동 우당기념관에서 아시아경제와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자주, 탕평·통합, 민주, 평화를 강조했다. 이를 하나의 정신에 담아 올해는 국민이 감동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원장은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65년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중정)에 공채 1기로 들어갔다. 이어 전두환 정부 시절 중정이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로, 김대중(DJ) 정부 시절 안기부가 국정원으로 바뀔 때 기조실장과 원장으로서 개혁 작업에 매진했다.

다음은 이 전 원장과의 일문일답.
-북한 문제가 어렵다. 앞으로 북핵 문제를 비롯한 정세를 어떻게 전망하나.
▲북측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이 성공하면 미국이 펄펄 뛸 거다. 사실 ICBM은 우리를 겨냥하는 게 아니다. 그러나 미국이 위협을 받을 때 한미 동맹도 흔들린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걸 방관할 수도 없다.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미국도 지금 갈팡질팡한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은 대화한다고 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슨 대화냐고 반문한다. 그래서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이 운전석에 앉아야 한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과 대화하려 할 것이다. (우리는) 모든 대화 채널이 끊겼다. (박근혜 정부에서) 얼마나 무능하게 (일처리를) 했느냐 하면, 이희호 여사가 북한에 갈 때 메시지를 전하면 되는데, 전언통신문으로 따로 메시지를 보냈다. 대화는 이쪽(전언통신문)으로 하라는 얘기다. 그때 아내가 이 여사와 동행해 북으로 가서 당시 상황을 잘 안다.

-최근 중국 충칭 방문 때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화두를 던졌다고 들었다.
▲자주, 탕평·통합, 민주, 평화를 얘기했다. 적폐니 뭐니 진영 논리 비슷하게 가는데 이제 미래를 봐야 한다, 먼저 탕평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얘기했다. 적폐 청산을 주장하지만 너무 그쪽으로 치우치면 보복과 같은 소리를 듣는다. 그 다음이 자주, 바로 임시정부 정신이다. 백범 김구 선생은 "내가 원하는 나라는 남의 나라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존경받는 나라"라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자주성이 없으니 안보도 미국에 매달리고 중국도 우리를 얕잡아 본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가 안 된다고 (중국이) 말하는 것도 내정 간섭 아닌가. 우리 선열들은 굉장히 자주적이었다. 중국의 도움을 받아 광복군을 창설했지만 자꾸 간섭하니까 미국과의 합동 작전을 주장했다. 지금도 전시작전통제권을 다시 받아와야 한다. 군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세 번째는 민주주의, 마지막은 평화다.

인터뷰 이종찬 전 국정원장 /문호남 기자 munonam@

인터뷰 이종찬 전 국정원장 /문호남 기자 munonam@


-자주 정신을 강화하려면 자강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그렇다. 사실 사드는 수도권 방어와는 상관이 없다. 우리는 중고도방어체계가 따로 있어야 한다. 2차 세계대전 때 스위스, 스웨덴, 노르웨이 모두 중립을 선언했는데 노르웨이만 독일에 점령당했다. 스위스는 굴을 파서 끝까지 저항했고, 스웨덴도 지하에 군비를 비축했다. 우리는 미·중·일·러 4강의 틈바구니에 끼어 있다. 약하면 대한제국 말기처럼 된다. 견제를 하고 균형자 역할을 하려면 먼저 강해야 한다.
-제안한 네 가지 중에 당장 문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네 가지 다 못 할 건 없다.

-야당에서는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자고 하고, 자체 핵무장도 얘기한다. 한·미·일 방어체계에 우리가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나는 아니라고 본다. 그건 마치 임오군란이 오는데 일본에 막아달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 일본이 재무장되는 것에 대해 나는 굉장히 위협을 느낀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일본의 재무장을 도와주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선거에서 승리한 건 다 김 위원장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때 국정원 개혁 임무를 띠고 가지 않았나. 이번에 국정원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나.
▲나는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국가정보원을 다 거쳤다. 중정이 안기부로 바뀌는 개혁을 할 때 내가 주역이었고 안기부가 국정원으로 바뀔 때 또 원장을 했다. 사실 이번에 바뀌는 것은 보통 기분 나쁜 것이 아니다. 솔직하게 반대다. 지금은 모든 기관을 찢어서 분리하는 시대가 아니다. 찢었던 기관도 통합해 정보가 소통되도록 하는 게 필요한 때다. 수사와 대외정보 분야를 분리하면 조류에 역행한다. 사람들은 '당신이 두 번이나 개혁을 했지만 달라진 게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달라지지 않은 건 제도 때문이 아니라 사람 때문이다. 못된 사람을 쓰면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달라지지 않는다. 두 번째, 좋은 사람을 쓴다고 해도 그런 유혹을 받았을 때 거기서 헤어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만들어야 한다. 국정원의 수장이 다시 국내 정치에 관여하거나 이권에 개입하면 가중처벌 해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와 개헌이 화두다. 정치 구도를 놓고 말들이 많다.
▲진짜 보수, 진짜 진보의 양당으로 갔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어렵다. 자유한국당은 보수 정당이 아니다. 보수의 가치는 오히려 바른정당 쪽에 있다. 그런데 세가 약하다. 지금 상황에선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하나가 돼야 한다. 손학규 전 고문도 통합 정당 쪽으로 들어가 경우에 따라서 균형자 역할을 하는 구도로 가야 한다. 지금은 어느 정당이나 과반을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두 번째, 나는 소선구제에 문제가 많다고 본다. 중대선거구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호남에도 여야가 있고 영남에도 여야가 있는 상황으로 가야 한다. 영호남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생기면서 그 지역 국회의원들의 수준이 많이 떨어졌다. 이것은 정치 타락의 원인이다. 세 번째, 지금 인구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지역대표로 상원을 만들고 인구 대표로 하원을 두는 양원제로 가는 것이 대안이다.

-권력 구조가 의원내각제로 가야 하나.
▲대통령제에서도 가능하다. 미국 대통령제도 양원제다. 지역 대표성과 인구 대표성이 공존할 수 있는 상황을 개헌을 계기로 만들자는 것이다. 나는 대통령 4년 중임제는 반대한다. 4년간 다음 선거를 위해 너무 인기 영합적인 정책만 펼 것이다. 또 나머지 4년은 레임덕이 돼버린다. 6년 단임이 적합하다. 1년은 잘 수습하고 나머지 4년간 잘 정치를 하고 나머지 1년은 레임덕이 되더라도 문제가 없다. 원래 1987년 개헌안도 처음에는 6년 단위로 하기로 했는데 전두환 전 대통령이 1년을 깎은 것이다.

-원장님은 원조 보수라고 할 수 있다.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등 차기 대선 주자인 야당 대표들에게 조언한다면.
▲한국당에서 눈에 보이는 사람이 없다. 홍준표 대표를 대통령 후보로 보긴 어렵다. 안철수·유승민 대표는 통합해 당내에서 경쟁을 벌였으면 좋겠다. 서로 경쟁하는 가운데 해답이 나올 것 같다. 한국당은 이 기회에 40대가 기수가 나와야 한다. 바른정당에서 한국당으로 복당한 의원들이 나와서 하는 얘기가 '지역 분위기가 어쩔 수 없어서 돌아왔다'라고 하더라. 국회의원은 지역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지역을 끌고 가야 한다.

인터뷰 이종찬 전 국정원장 /문호남 기자 munonam@

인터뷰 이종찬 전 국정원장 /문호남 기자 munonam@


-한국당의 40대 기수는 언제쯤 가능할 것이라 보는가.
▲대구·경북(TK)에선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있어서 젊은 사람이 나올 수도 없고 (나오더라도) 반갑지 않다. 서울 종로도 좋고 강남도 좋다. 경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대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처럼 이론이 분명한 사람이면 좋겠다.

-홍 대표는 젊은 정치인을 키우려고 한다.
▲만약 홍 대표가 그걸 한다면 폴리티컬 아트(정치적 예술)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본다. 신인 정치인들을 키워서 다시 보수의 가치를 국민에게 부각해야 한다.

-원장님은 종로구에서 의원 활동을 하셨는데 뒤를 이었으면 하는 사람이 있나.
▲지금은 종로가 지역구인 정세균 의원이 국회의장이 됐으니 또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여기는 40대 기수가 나와서 위로 올라와야 한다. 대선까지 갈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이 이곳에서 나왔으면 좋겠다.

-충칭 광복군 터 복원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 때 기회를 상실했다는 얘기가 있다.
▲원래 광복군 사령부 터는 아주 좋은 땅에 있었다. 그곳을 복원하려 하니 고민이 생겼다. 땅값이 비싼데 꼭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으니 다른 곳에 투자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요청이 있었다. 정홍원 전 총리가 가서 협의를 마쳤지만 이완구 전 총리로 바뀌면서 계획이 흐지부지 됐다. 지금 원래 터는 크레인이 파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복원을 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에게 그 얘기를 했나?
▲실무자에게는 했다. 내 생각은 광복군 사령부 터를 복원하는 것과 동시에 이곳을 확장해 한국의 집으로 만드는 것이 어떠냐는 거다. 성도 총영사관의 출장소를 만들고 기업인들이 여기에 사무실을 만들고. 이 거리를 한국의 거리로 만들면 된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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