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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생명이야기]<76> 면역세포의 성공의 열쇠

최종수정 2017.12.22 09:31 기사입력 2017.12.22 09:31

김재호 한양대 겸임교수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세균으로부터 자유로운 순간은 거의 없다. 손이나 입안, 장에는 수많은 세균이 살고 있으며, 매일 먹는 음식이나 잠시도 쉬지 않는 호흡, 사람들이나 물체와의 수많은 접촉, 수시로 생기는 상처를 통해서 몸 안으로 들어오는 수많은 세균은 끊임없이 우리의 생명을 위협한다.

 

세균만이 다가 아니다. 발암물질에 노출되거나 건강하지 않은 생활로 인해서 하루 수천 개씩 생기는 암세포도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기는 마찬가지다. 세균과 암세포는 쉴 새 없이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지만, 우리가 하루하루를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것은 백혈구라는 이름의 면역세포가 이들로부터 우리 몸을 성공적으로 지켜주는 덕분이다.

 

면역세포는 어떤 물질을 만나면 이들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한 반응을 보이는데, 이를 면역반응이라 하고, 면역반응을 일으키게 하는 물질을 항원이라 부른다. 항원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와 같은 미생물, 이식받은 조직이나 장기, 수혈 받은 혈액과 같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정상세포가 변질돼 만들어지는 암세포도 항원이 될 수 있다.

 

면역세포가 외부와 내부의 적인 항원을 만나면 인식과 공격의 두 단계로 제거하는데, 면역세포의 성공 여부는 항원을 얼마나 정확하게 인식하느냐와 공격력이 얼마나 강하느냐에 달려 있다. 항원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들은 단백질 표지(marker)를 가지고 있는데, 면역세포들은 이 표지를 보고 ‘남’으로 인식되면 공격하고, ‘나’로 인식되면 공격하지 않는다.

 

면역세포의 인식 능력은 공격여부를 결정하는 근거가 되므로 매우 중요하다. 치명적인 세균에 감염되거나 암세포가 생겼을 때 면역세포가 ‘남’이 아닌 ‘나’로 인식하는 오류는 적이 위협하고 있는데도 이를 공격하지 않고 방치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암환자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중대한 문제 가운데 하나다.

면역세포가 ‘나’를 ‘남’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심각한 문제이기는 마찬가지다. 정상세포를 적으로 인식해 공격하는 이러한 질병은 자가면역 질병이라 부르는데, 어떤 세포를 공격하느냐에 따라 질병의 종류가 다양해 알려져 있는 질병만도 80가지에 이른다. 면역세포가 어떤 물질을 ‘남’, 즉 적으로 인식하면 이를 공격해 제거하려 하는데, 성공 여부는 공격력에 달려 있다. 면역세포의 공격력이 약해 제 기능을 못하면 자주 감염질환에 걸리거나 암에 걸리게 되고, 걸렸을 때 잘 낫지 않으며, 공격력이 회복되지 않으면 병이 악화돼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이것이 면역세포의 실패다. 특히 약한 증상을 면역결핍증이라 부른다.

 

감염질환 연구센터(CIDR)에 따르면, 2015년 전 세계 사망자의 71%가 비감염성 만성질환으로, 20%가 감염 질환과 영양실조와 출산 문제로, 나머지 9%가 사고와 폭력, 자해 등으로 사망했는데, 감염 질환 사망자에 암 사망자를 더하면 전체 사망자의 30% 정도는 면역세포의 실패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가면역 질병이나 면역과민증으로 고생하는 사람까지 생각하면 면역실패의 피해는 심각하다.

 

면역세포의 성공의 열쇠는 항원에 대한 정확한 인식능력과 강력한 공격력이다. 자신들의 잘못된 생활이 유전자의 형태로 존재하는 면역세포의 활동을 방해하고 심지어 망가뜨리기까지 한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고, ‘생명스위치를 켜는 생활’(생명이야기 6편 참조)을 생활화해 강한 면역력을 유지해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김재호 한양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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