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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 뭐 먹지]눈 오는 날 먹는 어묵탕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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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쌓이고 길거리 노점 어묵 꼬치도 쌓이네

[오늘 저녁 뭐 먹지]눈 오는 날 먹는 어묵탕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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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펑펑 내리는 날 많이 생각나는 음식 중 하나가 따뜻한 어묵탕이다. 눈발 헤치고 종종걸음으로 집을 향해 걷다가 어묵 한 꼬치 먹을 수 있는 노점을 발견하면 그저 반갑기만 하다. 옹기종기 모여 서서 주글주글 주름 잡혀 꽂힌 어묵이든 동그랗고 긴 어묵이든 하나 집어 들면 절로 온기가 느껴진다. 큼직한 무 토막을 비롯해 갖은 재료 넣고 하루 종일 끓인 어묵 국물은 넌지시 건네는 종이컵에 담겨 있다. 이 국물 호호 불어가며 어묵을 먹다보면 눈은 쌓이고 빈 꼬치도 쌓여만 간다.

이 길거리 음식을 부르는 말은 '오뎅'이다. 오뎅은 어묵의 일본말이라고 흔히 여긴다. 주점 메뉴판에서도 어묵탕을 버젓이 오뎅탕이라고 쓴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어묵과 오뎅은 다르다. 어묵은 생선살을 으깨 만든 음식인데 일본어로는 '가마보코(かまぼこ)'다. 오뎅(おでん)은 이 어묵과 계란, 무, 유부, 소 힘줄 등이 들어간 국물요리다. 이를테면 어묵탕이 오뎅인 것이다. 오뎅탕은 잘못된 말인 셈이다. 오뎅은 요리의 이름인데 그 안에 들어가는 재료의 이름으로 와전됐다.
어묵탕, 혹은 오뎅이 눈이 오는 날 특히 생각나는 음식인 이유는 그 국물에 있다. 으깬 생선과 여러 재료가 오랜 시간 어우러져 스며든 국물은 추위에 잔뜩 움츠린 몸을 부드럽게 달랜다. 국물 한 숟가락과 그 국물 배어든 어묵을 같이 씹다보면 담백하지만 한편으로는 풍성한 맛이 혀를 감싼다. 입안을 가득 채운 이 한입을 넘기면 어느새 추웠던 기억도 목구멍 너머로 사라지게 마련이다.

언론인 홍승면 선생도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한 잡지에 연재했던 음식 칼럼 '백미백상'에 오뎅에 대해 "삶은 요리이고 보면 맛의 생명은 재료와 국물에 달렸다. 재료에 대해서는 굳이 거론할 것이 없지만 국물에 대해서는 시간을 강조하고 싶다"고 썼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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