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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그후]"정말 변기에 화장지를 버려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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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우려 교차하는 '휴지통 없는 화장실' 정책...수십년간 이어진 습관 고쳐질까?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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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정말 휴지를 변기에 버려도 됩니까, 막히면 어떻게요?"
내년부터 공중화장실에서 휴지통이 없어진다는 소식을 들은 서울 직장인 김모(37)씨의 반응이다. 김씨는 "얼마 전 오랜만에 지하철역 화장실을 썼다가 휴지통이 없어서 당황스러웠다"며 "변기에 넣으면 막힐 것 같고 옆에다 두고 나올까 도로 들고 나와야 되나 고민하다 결국 변기 옆에다 던져 놓고 나왔다"고 말했다.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되는 정부의 공중화장실 휴지통 없애기 정책을 두고 현장의 반응이 엇갈린다. 휴지통으로 발생하는 냄새ㆍ위생 문제가 해결되고 청소하기도 한결 쉬워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반면 일부에선 시범 실시 결과 더 지저분해지고 변기가 자주 막히는 현재의 상황이 확산될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수십년간 습관이 된 것을 바꾸기 쉽지 않지만 꼭 필요한 과제인 만큼 성숙한 시민 의식 형성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화장실 휴지통 없애기'의 시범 실시한 결과는 부정적이다. 시행 초기 화장실이 더 지저분해지고 변기도 더 자주 막힌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교통공사는 2014년부터 시범적으로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확산해 왔다. 5~8호선 남자화장실은 2014년 12월12일, 여자ㆍ장애인 화장실은 2015년 4월1일부터 휴지통을 없앴다. 1~4호선도 남자 화장실은 지난 8월1일, 여자 화장실은 지난 9월1일부터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운영해왔다.

이 결과 시행 초기 사람들이 익숙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휴지를 아무데나 버리고 이물질을 변기에 투척하면서 화장실이 더 지저분해지고 변기 막힘이 잦아졌다. 5~8호선의 경우 2014년 변기 막힘 건수가 총 3271건이었지만 휴지통을 없앤 후 2015년에는 4889건에 달했다. 남자 화장실이 1616건에서 2887건으로 대폭 늘어났고, 여자 화장실도 1279건에서 1576건으로 300건 가량 증가했다.
최근 휴지통을 없앤 1~4호선의 경우도 변기 막힘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7월 한달간 648건에 불과했지만 휴지통을 없앤 후 8월 한달간 1049건이나 됐다. 9월에도 1448건으로 늘어났다.

지난 15일 서울 지하철 역에서 만난 한 청소 노동자는 "휴지통을 없애고 나니까 화장실 변기 막힘과 지저분하다는 민원이 늘어서 일이 두 배가 됐다"며 "쓰고 난 휴지를 아무데나 버리지 말고 변기에 넣고, 다른 이물질은 세면대 옆 쓰레기통에 넣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는 초기 부적응 현상일 뿐 극복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ㆍ시민단체들의 지적이다. 일단 '휴지를 변기에 넣으면 막힌다'는 잘못된 '상식'부터 깨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다른 나라와 달리 휴지통 배치가 습관화 된 이유는 과거 경험의 소산이었다. 설비ㆍ기술이 열악하던 시절 화장실 수압이 낮고 배관이 좁았다. 정화조 청소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여기에 신문지나 저품질의 휴지를 쓸 경우 변기가 막히는 것을 겪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배관 개선, 휴지 품질 향상 등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우리나라 건축물의 하수도 배관은 40~60mm에서 최근들어 80~100mm 이상으로 커졌다. 정화도 청소도 의무화되면서 개선됐다.

휴지의 품질도 좋아졌다. 국가표준원의 시험 기준상 화장지 한 칸을 물에 넣고 분당 600회 속도로 저어 완전히 풀릴 때까지 100초 미만이 걸려야 시판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휴지가 변기 막힘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진 것으로 안다"며 "제작과정에서 물에 잘 녹는 제품을 만들도록 염두에 두고 있다. 변기 막힘은 화장지보다 다른 원인이 더 많다"고 말했다.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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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1~4호선 변기 막힘 원인을 보면 여전히 휴지가 1위이긴 했지만, 다른 이물질들이 더 많았다. 빨대, 카드, 플라스틱 뚜껑, 생리대, 나무젓가락, 비닐, 나무막대기, 종이컵, 대변 등의 순이었다. 가장 변기 막힘이 많은 지하철역은 홍대입구였다. 이어 교대 3호선, 혜화, 역삼, 창동, 시청 2호선 등 이용객이 많은 곳들이었다. 반면 왕십리, 교대2호선, 문래, 이대, 용답, 도림천 역 등은 변기 막힘이 적은 곳으로 꼽혔다.

특히 시범 운영 중 변기 막힘ㆍ청소 민원 급증 현상도 시간이 흘러 시민들이 적응하면서 차츰 줄어드는 추세다. 실제 2015년 급증했던 5~8호선 변기 막힘 건수는 사람들이 익숙해지자 2016년 3521건으로 줄어들었다. 전년도(4889건)보다 1368건이나 감소했다. 휴지통을 없애기 전인 2014년 수준(3272건)을 거의 회복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화장실 변기 옆 휴지통을 치우는 대신 세면대 옆에 쓰레기통을 비치해 시민들의 이용 편의를 돕고 있다"며 "휴지통 없는 화장실이 정착되기 위해선 시민들의 이해ㆍ협조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위생상 꼭 필요한 과제인 만큼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과 관리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대표는 "오래된 습관을 하루 아침에 바꾸기는 힘드니 만큼 4~5년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시민들의 위생ㆍ청결 의식과 문화적 수준의 문제"라며 "1988년 올림픽, 2002년 월드컵에 이어 이번 2018년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휴지통 없는 화장실이 정착돼 한국의 화장실 문화가 한 단계 더 도약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지난 5월 개정된 공중화장실법 시행령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전국 공중화장실 '변기칸'내 휴지통을 없애겠다는 방침이다. 미관을 해치고 냄새·해충·세균 등 위생상의 문제도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청소·보수시 안내표지판 설치, ▲신축 및 리모델링 화장실 설계시 내외부 격리 ▲남자 화장실 소변기 가림막 설치도 의무화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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