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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몸으로 쓰는 이야기]회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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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가 그린 '서당'에는 동심이 가득하다. 그리고 따뜻하다. 미소를 머금은 훈장과 글공부하는 아이들. 이 그림을 볼 때마다 궁금하다. 주인공은 필시 서안(書案) 앞에 앉아 우는 학동이것다. 이 아이는 회초리를 맞고 아파 우는가, 아니면 맞기 전에 두려워서 우는가. 억울해 우는가, 슬퍼 우는가.

 회초리를 맞은 뒤라면 바지를 내려 대님을 매는 참이요, 맞기 전이라면 바짓단을 걷어 종아리를 드러내기 위해 대님을 푸는 참이다. 훈장도 학동들도 모두 웃고 있으니 매가 험하지는 않았으리. 그러나 맞은 아이의 수모감은 계량할 수 없을 터이니 등장인물들의 얼굴만으로 판단할 일은 아니다.
 옛 어른들은 왜 어린이의 종아리를 쳤을까. 때려서 가르친다는 풍속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아름다운 경구가 유행하지만 지금도 어딘가에서 어른이 아이를 때리고 있을지 모른다. 나도 아들 종아리에 회초리를 댄 적이 있다. 이란에 사는 촌로(村老)도 아이들은 때려서 가르쳐야 한다고 굳게 믿었다.

 이란의 영화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만든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Khane-ye doust kodjastㆍ1987)'의 한 장면. 주인공 아마드는 할아버지가 담배 심부름을 시키자 머뭇거리며 다른 일을 먼저 해야 한다고 대답한다. 숙제를 안 해 선생에게 혼이 난 친구 네마자데의 공책이 가방에 딸려 들어와 돌려줄 생각에 마음이 급하다. 할아버지는 개탄한다.

 "나는 저 애가 장래에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잘 교육받았으면 해. 내가 어릴 때 내 아버지는 나에게 일주일에 일 센트씩 용돈을 주셨어. 그리고 이틀에 한 번꼴로 나를 때리셨어. 때때로 잊은 척 돈을 주지 않으셨지만 나를 강한 남자로 만들기 위해 매질을 잊으신 적은 없어."
 아마드가 나중에라도 종아리를 맞았을 것 같지는 않다. 종아리에 회초리를 대는 풍습은 어디에서 왔을까. 명예를 중시하는 북방계 기마 민족의 특징이라는 주장이 있다. 기마문화는 '바지의 문화'다. 우리 여성들이 치마 안에 바지를 입음은 바지 문화의 흔적이다. 종아리를 맞으면 흔적이 남는다. 그러나 바지가 가려 남들은 모른다.

 아마드의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담배 사오라는 말을 세 번이나 했지만 그 아이는 주의깊게 듣지 않았기 때문에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심지어 자식들의 '완전한 복종'을 위해 적당한 구실을 만들어서라도 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술자를 따라가 길 닦는 일을 하는데 나는 6000토반을 받고 함께 일한 두 사람은 1만2000토반을 받았다. 기술자에게 이유를 묻자 그는 '당신은 두 번씩 말해야 알아듣지만 함께 일한 둘은 한 번에 알아들었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손자가 같은 일을 당하지 않도록 가르치고 싶은 것이다.

 자녀에게 매를 드는 가정은 요즘 흔하지 않다. 때려서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없다. 나도 시간을 돌이킬 수 있다면 아들의 종아리를 절대로 때리지 않을 것이다. 그때 나는 아들에게 나가서 회초리를 구해 오라고 했다. 아들은 불평했다. "때리는 사람은 아빠인데 왜 맞는 내가 회초리를 구하는가."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문화스포츠 부국장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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