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자막 등 편의시설 제공"…장애인 단체 영화관 상대 소송 승소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청각 장애인 함효숙(47·여)씨는 영화 보는 걸 즐긴다. 한 달에 1~2번 영화관을 찾는데 그때마다 혼자 간다. 장애인 전용 영화는 평일 낮에 상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함씨는 “영화관에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며 “영화관들이 장애인도 고객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단체와 대형 멀티플렉스 사업자들이 시각·청각 장애인 영화 관람 권리를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과 같은 공간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영화관들은 수익성 등을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에 등록된 시각 장애인과 청각 장애인은 각각 25만3000명, 26만9000명이다. 장애인도 편리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면 멀티플렉스 3사는 50만명이 넘는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셈이다.
일단 법원은 장애인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8부(박우종 부장판사)는 함씨 등 시청각 장애인 4명이 멀티플렉스 3사를 상대로 낸 차별 구제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원고들이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원고들이 관람하려는 영화 중 제작사나 배급사로부터 자막과 화면해설 파일을 받은 경우 이를 제공하라”고 명령했다. 또 “청각 장애인에겐 FM 보청기기도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시청각 장애인들은 영화를 취미로 삼고 있다. 영진위가 지난해 시청각 장애인 160명씩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각 장애인이 가장 많이 하는 여가활동은 영화 관람이었다. 160명 중 37명(23.2%)이 영화 관람을 가장 많이 한다고 답했다. 2위(20.6%)는 TV시청이었다. 다음으로 공연, 연극, 전시 관람 순이었다. 시각 장애인들은 연평균 8.7회 영화 관람을 했다. 청각 장애인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청각 장애인 160명 중 38명(23.8%)이 여가활동 중 TV시청 빈도가 가장 높다고 답했고, 그다음이 영화 관람(20.6%)이었다. 청각 장애인들은 연평균 9.8회 영화를 봤다.
해외에선 시청각 장애인 영화 관람 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서비스 제공이 일반화돼 있다. 영국과 미국은 영화관이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자막과 화면 해설 제공 의무를 장애인 관련 법에 명시했다. 독일은 영화진흥원 보조금을 받아 제작한 영화에 한해 비슷한 서비스를 의무화 했다.
한편, 멀티플렉스 3사는 항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판결 취지엔 공감하지만 기술이나 서비스 환경 등의 표준을 국가가 정해줘야 영화관들이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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